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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31 (금)

RM, APEC 무대에 울려 퍼진 K-팝의 철학… “문화는 비빔밥처럼, 다양성의 조화에서 빛난다”

BTS 리더 RM, APEC CEO 서밋 첫 K팝 아티스트 연사로 참석… 창작자 지원과 문화 포용의 메시지 전하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31)이 세계 경제계의 리더들 앞에서 ‘K-팝’의 본질과 글로벌 문화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29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RM은 문화 세션의 기조 연사로 나서 “K-팝은 국경과 언어의 벽을 넘어선 창의적 소통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APEC CEO 서밋 무대에서 K-팝 아티스트가 공식 연설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RM은 ‘APEC 지역의 문화창조산업과 K-컬처의 소프트파워(창작자의 시각에서)’를 주제로 약 10분간 영어로 연설했다. 그는 “제가 태어나고 자란 대한민국에서, 세계 각국의 리더분들께 문화의 이야기를 전하게 되어 큰 영광”이라며 “올해 처음으로 문화산업이 APEC의 핵심 의제로 다뤄진 것은 창작자로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운을 뗐다.

 

 

RM은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여정을 솔직하게 돌아봤다. “10년 전, 저희가 처음 해외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이런 자리에 설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한국어 음악이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죠.” 그는 “해외 공연을 위해 거리에서 춤추고, 직접 전단을 나누어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한국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부터 받아야 했던, 아주 현실적인 장벽이 있었어요”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그 장벽을 무너뜨린 힘은 팬덤 ‘아미(ARMY)’였다고 강조했다. “아미는 저희의 음악을 '삶의 언어’로 받아들였습니다.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그들의 연대와 지지는 BTS를 세계의 무대까지 이끌어준 원동력이었습니다.” RM은 “아미는 사회적 기부와 캠페인으로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며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공동체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연설의 핵심은 K-팝의 성공을 설명하는 ‘조화의 철학’이었다. RM은 “K-팝은 마치 비빔밥과 같습니다”라고 비유했다. “비빔밥은 쌀밥 위에 다양한 채소와 고기, 양념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맛을 완성하죠. K-팝도 그렇습니다. 힙합, R&B, EDM 등 서구의 음악적 요소를 수용하면서도, 한국 고유의 감성과 미학, 그리고 섬세한 제작 시스템을 융합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K-팝은 특정 문화의 우월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자의 색깔을 지키며 조화를 이루는 데서 탄생한 결과”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음악, 안무, 퍼포먼스, 뮤직비디오, 소셜 미디어가 어우러진 ‘360도 토털 패키지’ 형태의 콘텐츠가 바로 K-팝의 경쟁력이며, 그 속에서 인간의 창의성과 포용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M은 또 문화의 본질을 “흐름과 조화”로 정의했다. 그는 “문화는 강과 같습니다. 막힘없이 흐르며, 다양한 지류가 만나 새로운 강을 이룹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K-팝이라는 매개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그 흐름 속의 조화 덕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연설 후반부에서 RM은 APEC 리더들을 향해 전 세계 창작자들을 위한 지원을 호소했다. “창의성은 모든 발전의 씨앗입니다.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과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문화와 예술은 세대와 국경을 넘어 마음을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동인입니다.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는 경제적 관점뿐 아니라 문화적 관점에서도 논의되어야 합니다. 문화의 다양성이 존중될 때, 그것이 곧 혁신의 원천이자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RM은 자신 역시 한 명의 창작자로서 그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연설이 끝나자 청중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일부 참석자들은 기립해 환호를 보내며 ‘K-팝 리더’로서의 존재감을 실감케 했다. RM은 이날 오전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함께 APEC 개회식에도 참석했으며, 행사장 내 마련된 하이브 홍보 부스를 함께 둘러봤다.

 

이번 RM의 APEC 연설은 K-컬처가 세계 경제 포럼의 중심 담론으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한다. BTS의 리더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인으로서 RM은 ‘음악’이라는 언어로 세계에 또 한 번 ‘포용과 창의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가 말한 “비빔밥 같은 문화의 힘”은 결국 K-팝의 성공 비결이자, 앞으로 글로벌 문화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암시하고 있었다.

 


사진 :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Summit)에 참석한 그룹 BTS의 RM(김남준) [연합뉴스], 'APEC CEO 서밋' 개회식에 참석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방탄소년단 RM [하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