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서 영화 ‘마이 선샤인’의 관객과의 대화(GV)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감독뿐만 아니라 각본, 촬영, 편집까지 도맡은 오쿠야마 히로시가 참석해 작품에 담긴 연출 의도와 제작 비하인드를 공유했다.
홋카이도의 설원을 배경으로 소년 타쿠야와 소녀 사쿠라, 코치 아라카와의 교감을 그린 이 영화는 서정적인 영상미 뒤에 현실적인 성찰을 담아냈다.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은 어린 시절 7년간 피겨 스케이팅을 배웠던 경험을 영화 곳곳에 녹여냈다. 특히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빙판 위를 누비며 촬영한 기법이 눈길을 끈다. 감독은 "내가 직접 스케이트를 타고 촬영하자 자유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를 "감독이 촬영도 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든 사람이 찍고 싶은 것을 만들기 위해 감독이 된 느낌에 가깝다"고 정의했다. 직접 촬영했기에 장면의 장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 덕분에 편집까지 일관된 호흡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영화의 주 무대인 스케이트장은 일반적인 링크장과 달리 창문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감독은 "실제 링크장은 얼음이 녹지 않도록 창문을 만들지 않지만, 나는 이 영화가 그림책 같은 동화의 느낌을 주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리얼리티를 일부러 감춤으로써 오히려 국경과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공간을 창조하고자 한 것이다.

비밀스러운 아지트로 등장하는 야외 호수 장면 역시 철저한 연출의 결과다. 실제 호수는 너무 커서 비밀스러운 느낌이 살지 않자, 감독은 나무 사이의 작은 늪을 찾아내 살수차로 물을 붓고 며칠간 얼려 인공 링크를 제작했다.
직접 각본을 쓴 감독은 흔한 ‘성공 서사’나 ‘완벽한 화해’를 따르지 않았다. 특히 아라카와 코치의 성적 지향으로 인한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채 마무리되는 것에 대해 확고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현실에서는 모든 오해를 풀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며, 사람은 그렇게 쉽게 성장하지 않는다"며 "영화도 현실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퍼즐을 열심히 맞추다 누군가 엎어버렸을 때, 다시 맞추려 애쓰기보다 '전체적인 그림을 한 번 보았으니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만의 성장"이라고 정의했다.
아역 배우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은 연출 방식도 인상적이다. 각본가이기도 한 그는 "감정을 미리 설명하면 연기가 정형화되어 해석의 여백이 사라진다"고 이유를 밝혔다. 타쿠야가 시바견 앞에서만 말을 편하게 내뱉는 설정 또한 소년의 고독과 안식을 시각화하기 위한 장치였다.
엔딩에서 타쿠야의 대사가 들리지 않는 설정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현장에서 배우가 실제로 내뱉은 말은 "또 같이 스케이트 타자"였으나 감독은 편집 과정에서 이를 관객에게 들려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감독은 "타쿠야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넸다는 사실 자체가 리얼한 범위 안에서의 성장"이라고 평가했다.
가로로 넓은 링크장을 좁은 스탠더드 비율로 담은 것은 촬영 감독으로서의 미학적인 선택이었다. 감독은 "피겨 스케이팅은 발끝 날까지 전신이 나와야 하는데, 와이드 화면은 양옆의 여백이 너무 많이 남아 구도가 아름답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구도를 위해 선택한 비율이 결과적으로 영화에 고전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효과를 낳았다.
마지막으로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은 "이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아픈 기억을 공감해 줄 수 있는 따뜻한 '선샤인'이 되길 바란다"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영화 ‘마이 선샤인’이 전하는 겨울의 온기는 당분간 관객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영화 '마이 선샤인' 포스터 및 클립포토, '마이 선샤인' GV,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 [뮤즈온에어]
영상 : 영화 '마이 선샤인' GV, 오쿠야마 히로시 감독 [뮤즈온에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