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CGV 압구정에서 열린 영화 '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 시네마톡 현장은 클래식 거장의 미장센과 현대 리얼리티 예능의 솔직함이 교차하는 기묘하고도 매혹적인 자리였다. 이번 행사에는 인기 리얼 연애 프로그램 ‘환승연애4’의 주역 김우진과 최윤녕이 참석해 1966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이 고전적 걸작을 2026년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며 사랑과 관계에 대한 심도 깊은 담론을 펼쳤다.
사회자인 조성규 감독은 “이 영화는 정확히 61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놀라울 만큼 세련된 미학과 음악을 품고 있다”며 운을 뗐다. 특히 작년 60주년을 맞아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리마스터링 버전의 가치를 언급하며, 빠른 템포의 콘텐츠에 익숙한 지금의 젊은 세대가 이 느리고 섬세한 프랑스 멜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이번 대담의 핵심임을 시사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우진은 평소 멜로보다는 스릴러 같은 긴박한 장르를 선호한다고 고백하면서도 '남과 여'가 가진 독특한 힘을 언급했다. 그는 “처음에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낯설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장면 장면을 복기하게 만드는 묘한 여운이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주인공들이 침대 위에서 사랑을 나누다 과거의 회상 때문에 멈춰 서는 장면을 꼽으며 “남자 입장에서 확신이 필요한 순간에 닥친 그 당혹감은 100%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가진 사랑의 실체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최윤녕은 시각 디자인 전공자다운 심미적 관점에서 영화를 바라봤다. 그녀는 “평소 도파민이 폭발하는 빠른 영상만 찾던 스스로를 반성하게 될 만큼, 잔잔한 감정의 흐름과 컬러감의 변화가 아름다웠다”고 평했다. 이어 사랑을 ‘운명’이라 믿었던 과거의 가치관이 이 영화를 통해 ‘선택과 용기’의 영역으로 확장되었음을 강조했다. 최윤녕은 “여자 주인공 안느가 마지막에 다시 용기를 내어 달려가는 모습에서, 사랑이란 결국 흔들리는 마음속에서도 한 방향을 선택하는 의지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담의 백미는 영화 속 장치인 ‘결혼반지’와 ‘환승연애’의 ‘X-룸’을 비교하는 대목이었다. 죽은 배우자를 잊지 못해 반지를 빼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대해 관객의 질문이 이어지자, 김우진과 최윤녕은 각자의 연애관을 투영해 팽팽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김우진은 “과거의 연애 또한 나의 일부이자 추억이기에 굳이 물건을 버리거나 지우지 않는다”며 주인공들의 집착 섞인 그리움을 옹호했다. 반면 최윤녕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과거를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영화 속 장 로이의 모호한 태도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성규 감독은 두 출연진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경험을 영화적 서사와 연결하며 풍성한 해석을 이끌어냈다. 그는 “배우들은 연기로 사랑을 표현하지만, 여기 두 분은 실제의 감정을 방송으로 보여준 분들”이라며 “그렇기에 영화 속 인물들이 겪는 비합리적인 선택들이 이들에게는 더욱 생생한 현실로 다가갔을 것”이라고 짚었다.
현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60년 전 파리와 도빌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카레이서와 스크립터의 사랑 이야기에 숨죽였고, 이어진 대화에서는 2020년대의 연애법을 공유하며 시대를 관통하는 사랑의 본질을 확인했다. 김우진은 마지막 인사에서 “한 번 볼 때와 두 번 볼 때가 다른 영화이기에 꼭 여러 번 감상하기를 권한다”고 전했고, 최윤녕은 “천천히 드러나는 감정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길 바란다”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행사 말미에는 배우 김재욱이 깜짝 등장해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김재욱은 앞선 출연진과 감독의 대화에 공감을 표하며 “이 영화는 결말이 어떻게 되는가에 집중하기보다 장면이 흘러갈 때 느껴지는 감각에 맡겨야 하는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특히 음악이 전달하는 짙은 감정선을 언급하며 “내용을 따라가기보다는 그 안에서 나의 생각과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주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주는 여운을 안고 돌아가는 길이 즐겁길 바란다”는 다정한 인사를 끝으로 행사는 마무리되었다.
영화 '남과 여' 시네마톡은 사랑이란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문제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누군가를 향해 차를 몰고 기차를 타는 선택을 반복한다는 인류 보편의 진리를 확인하며 마무리되었다.
영상 : 영화 '남과 여' 시네마톡 [뮤즈온에어]
사진 : 영화 '남과 여' 시네마톡 [뮤즈온에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