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의 신작 ‘왕과 사는 남자’가 2026년 극장가 첫 500만 관객 돌파라는 금금전적인 기록을 세우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본작은 개봉 18일 만에 누적 관객 수 500만 명을 상회하며 올해 최단기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역대 사극 흥행의 지표인 '왕의 남자'나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추이를 뛰어넘거나 대등한 수치로, 사극 장르의 전통적 파괴력을 현대적 감각으로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의 흥행 동력은 1457년 청령포라는 제한된 시공간 속에서 폐위된 군주 단종과 마을 촌장 엄흥도의 관계를 조명한 서사적 선택에 있다. 계유정난이라는 거대한 권력 투쟁의 결과물인 ‘유배’를 정면으로 다루되, 정치적 암투보다는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적 연대와 윤리적 선택에 집중했다.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비극의 결말을 향해 가면서도, 작중 인물들이 나누는 온기와 유머를 통해 정서적 몰입감을 확보했다. 이는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 아닌,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인본주의적 접근이 주효했음을 시사한다.



배우진의 밀도 높은 앙상블 또한 작품의 완성도를 견인하는 핵심 요소다. 엄흥도 역의 유해진은 특유의 생활 밀착형 연기에 시대적 고뇌를 얹어 인물의 신념을 설득력 있게 체현했다. 단종을 연기한 박지훈은 정적인 프레임 안에서도 절제된 감정선을 유지하며 비운의 군주를 입체적인 실존 인물로 복원해 냈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여기에 유지태, 전미도 등 중량감 있는 조연진의 가세는 극의 균형감을 안정적으로 지탱하며 서사의 깊이를 더했다.
영화적 성취는 스크린 밖 문화 현상으로도 전이되고 있다. 주요 배경인 강원도 영월 청령포를 향한 관광 수요가 급증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계유정난과 단종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자발적인 학습 열풍이 일어나는 등 강력한 문화적 파급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가 역사적 실체에 대한 대중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음을 보여준다.
해외 시장의 반응 또한 고무적이다. ‘왕과 사는 남자’는 오는 4월 개최되는 우디네극동영화제 메인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제 측은 장항준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시너지가 빚어낸 오락성과 예술성의 조화를 높게 평가했다. 이는 한국적 특수성을 담은 사극 서사가 보편적인 인간애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다.
전작들의 부진을 씻고 흥행 감독으로의 입지를 재확인한 장항준 감독은 무대인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사의를 표했다. 현재의 관객 점유율과 높은 만족도 지표를 고려할 때, 손익분기점 돌파를 넘어 ‘천만 고지’ 점령 가능성 또한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역사는 고정된 텍스트이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변모한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조선사의 비극적인 한 페이지를 현대적 감수성으로 재구성함으로써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26년 한국 영화계에 사극의 부활을 선포한 이 작품이 향후 어떠한 기록적 유산을 남길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주)쇼박스,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및 포스터, GV[뮤즈온에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