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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0 (토)

영화 <위키드: 포 굿>, 초록빛 편견을 넘어선 두 마녀의 자기 발견!

세상의 오해 속에서도 끝내 자신의 빛을 지켜낸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을 노래하는, 올해 가장 ‘따뜻한 용기’의 영화

 

영화 <위키드: 포 굿>은 첫 장면부터 관객을 사로잡는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엘파바의 초록빛 실루엣과 함께 울려 퍼지는 음악은 마치 오래된 동화책을 펼치는 것처럼 익숙한 분위기 속에 신선한 충격으로 가슴을 두드린다. 1편의 화려한 마법 세계에 이어, 이번 작품은 "진실을 향한 용기"라는 묵직한 주제를 감정의 파동으로 전달한다. 

 

 

사회가 규정한 '악'의 낙인과 책임을 짊어진 채 고립된 엘파바, 그리고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 외로움을 삼키는 글린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을 걷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같은 질문을 되뇐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신시아 에리보는 엘파바를 상처받은 인간의 복잡함으로 그려낸다. 특히 "No Good Deed" 장면에서 그녀가 토해내는 절규는 카메라의 회전 속에서 고독과 결의가 교차하며 관객의 숨을 멎게 한다. 마치 초록빛 안개가 영혼 깊숙이 스며드는 듯한 이 장면은 마법보다 강한 현실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반면, 아리아나 그란데의 글린다는 빛나는 외피 아래 숨겨진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The Girl in the Bubble" 넘버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투명했던 거품이 금이 가는 순간의 불안을 담아내며, 완벽해 보이는 외면과 달리 고요하게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마녀가 아닌, 우리 모두의 초상이다.

 

 

1편에서 뮤지컬의 화려한 에너지를 스크린에 재구성하는 대신, <위키드: 포 굿>에서 존 추 감독은 인물의 내면 탐구에 초점을 맞췄다. 공간의 확장과 카메라 워킹은 엘파바와 글린다의 심리 변화를 시각화한다. 예를 들어 엘파바가 고립된 탑에서 홀로 서 있을 때 카메라는 그녀를 멀리서 포착해 고독을 극대화하고, 글린다가 군중 속에서 노래할 때는 클로즈업으로 그녀의 표정 하나까지 잡아낸다. 빛과 그림자의 대비는 두 인물의 대조적인 운명을 상징하며, 색채는 감정의 온도를 전달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1편이 두 사람의 만남과 세계 확장을 그렸다면 <위키드: 포 굿>은 그 확장된 세계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오해와 편견, 책임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던 두 마녀는 서로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빛을 발견한다. 이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어떻게 개인과 세상을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성장 서사다.

 

 

양자경이 연기한 현자 역할이나 제프 골드블럼의 권력자 캐릭터는 이 서사에 균형을 더하며 오즈 세계관의 정치적 긴장감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은 결국 관계의 힘이다. 엘파바가 글린다에게 건네는 마지막 대사는 영화의 핵심을 응축한다. "세상이 널 오해해도, 넌 네 빛을 잃지 말아야 해."

 

 

엔딩 크레딧이 흐를 때, 우리는 비로소 마녀의 초록빛 옷자락을 벗어던진 엘파바와 화려한 금빛 가면을 내려놓은 글린다의 맨얼굴을 마주한다. 그들이 나눈 눈빛 속에는 세상의 편견이 남긴 흉터가 아니라, 서로를 구원하기 위해 내민 손길이 새겨져 있다.

 

 

진정한 용기는 누군가의 빛을 지켜주기 위해 자신의 빛까지도 내어주는 데 있다. 엘파바와 글린다의 눈부신 대립과 화해는 편견과 고립이 만연한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사회적 분열과 다르지 않음을 일깨운다. 영화는 관객에게 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그 답은 스크린이 아닌 우리의 마음속에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두 마녀의 이야기를 통해 조용히 속삭일 뿐이다.

 

 

사진 : 영화 <위키드: 포 굿> 포스터 및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