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이 3일간 ‘아이브 신드롬’의 진원지로 물들었다. 그룹 아이브(IVE·안유진, 가을, 레이, 장원영, 리즈, 이서) 가 두 번째 월드투어 ‘SHOW WHAT I AM(쇼 왓 아이 엠)’ 의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완성형 걸그룹’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진행된 이번 공연에는 총 2만 8,200여 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아이브는 150분이 넘는 공연 시간 동안 총 27곡의 세트리스트를 밴드 사운드와 함께 풀어내며, 말보다 무대로 성장의 서사를 증명했다.
‘SHOW WHAT I AM’은 제목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아이브’를 보여주는 콘서트였다. 지난해 첫 월드투어 ‘SHOW WHAT I HAVE’가 팀의 정체성과 잠재력을 선보였다면, 이번 투어는 각 멤버의 내면적 성장과 개성을 전면에 내세운 확장판이었다.
아이브는 오프닝부터 강렬했다. ‘갓챠(GOTCHA)’를 시작으로 ‘XOXZ’, ‘배디(Baddie)’, ‘아이스 퀸(Ice Queen)’, ‘아센디오(Accendio)’까지 단숨에 다섯 곡을 내달리며 무대를 점령했다. 블랙 가죽 의상으로 무장한 여섯 멤버는 카리스마와 세련미를 동시에 뿜어냈다.
특히 장원영은 헤드셋 마이크가 흔들리는 돌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핸드마이크를 집어들어 완벽한 라이브를 이어가며 ‘프로 아이돌’의 면모를 증명했다. 리더 안유진은 “서울 마지막 공연, 다이브(팬덤명) 덕분에 더 특별한 추억을 만든다”며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번 공연의 백미는 단연 여섯 멤버의 미공개 솔로 무대였다. 아이브는 개인의 음악적 세계를 온전히 드러냈으며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이 아티스트로서의 개별 영역을 갖추고 있음을 방증했다.
장원영은 ‘8(Eight)’을 통해 팝스타다운 여유와 무대 장악력을 선보였다. 강렬한 붉은 조명 아래 완벽히 계산된 제스처와 표정은 ‘무대 위 장원영’이라는 브랜드 그 자체였다. 레이의 ‘In Your Heart’는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가득 품은 무대였다. 뿔테 안경과 핑크 파자마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특유의 큐트함으로 관객의 미소를 유발했다. 그리고 리즈는 ‘Unreal’을 밴드 라이브로 소화하며 폭발적인 고음을 선보였다. 음색의 힘만으로 공연장을 울린 그의 무대는 아이브의 보컬 라인이 얼마나 단단한지 증명했다.
가을의 ‘Odd’는 몽환적인 무드와 정제된 안무가 어우러져 예술적인 감성을 자극했고, 이서는 자작가사로 참여한 ‘Super Icy’를 통해 청량함 속에 성숙함이 깃든 ‘막내의 성장’을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안유진의 ‘Force’는 힙합 비트와 함께한 강렬한 퍼포먼스로 리더의 내공을 드러냈다. 그의 완급 조절과 무대 장악력은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이처럼 솔로 무대를 통해 팀 내 ‘6인 6색’ 컬러가 확실하게 드러나면서 아이브가 “완성형 퍼포먼스 그룹”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반 이후 무대는 ‘히트곡 폭격’이었다. ‘TKO’, ‘홀리 몰리(Holy Moly)’, ‘마이 새티스팩션(My Satisfaction)’으로 이어지는 강렬한 퍼포먼스에 이어, ‘삐빅(♥beats)’, ‘와우(Wow)’,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플루(Flu)’ 등 새 무대가 쉴 새 없이 펼쳐졌다.
특히 ‘에티튜드(ATTITUDE)’, ‘러브 다이브(LOVE DIVE)’, ‘레블 하트(REBEL HEART)’, ‘키치(Kitsch)’, ‘아이엠(I AM)’으로 이어지는 메가히트 퍼레이드는 케이스포돔을 떼창의 바다로 만들었다.



또한 앙코르 무대는 ‘와일드 버드(Wild Bird)’, ‘슈퍼노바 러브(Supernova Love)’,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로 마무리됐다. 멤버들은 무빙카를 타고 관객석 곳곳을 누비며 손을 흔들고, 팬들과 눈을 맞추며 마지막까지 진심을 전했다.
멤버들은 팬덤 ‘DIVE’에 대한 감사와 다음 스텝에 대한 기대를 잊지 않았다. 리즈는 “이번 콘서트는 우리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됐다. 내가 영원이라는 말을 잘 믿지 않는데, 다이브와는 꼭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장원영은 “다이브 덕분에 내 무대에 의미가 생긴다”고 말했다. 가을은 “무대 위에서야말로 온전한 나로 설 수 있음을 느꼈다”며 울컥했고, 이서는 “처음 작사에 참여해 설렘이 컸다. 다이브 덕분에 끝까지 힘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안유진은 “이번 투어를 통해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달았다”며 “다음엔 더 큰 무대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서울 공연 이후 아이브는 아시아, 유럽, 미주, 오세아니아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투어 일정을 예고했다. 아직 일정과 세부 지역은 순차 공개 중이나, 여전히 ‘세계로 향하는 K-POP 걸그룹’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그 규모와 준비에 있어 과감함이 돋보인다.
이번 투어의 타이틀 ‘SHOW WHAT I AM’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나는 지금 여기 있으며, 이 모습이 나다(Now I Am…This is ME)”라는 자신감의 선언이다. 첫 투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확인하는 무대였다면, 이번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장이 됐다. 그만큼 아이브는 음악, 퍼포먼스, 세계관 모두에서 ‘다음 단계’를 향하고 있다.
아이브가 이번 공연에서 보여준 것은 ‘걸그룹 콘서트’의 틀을 넘어, 하나의 종합예술 무대였다. 관객은 ‘함께 만들어내는’ 공연의 일부가 됐고, 밴드 연주, 러닝타임 3시간, 솔로 및 팀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체조 경기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사진 : 그룹 아이브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뮤즈온에어 채유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