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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24 (수)

영화<투게더(Together)>, 사랑이 만든 기이한 결합! 붙어야 사는 운명의 로맨스

붙어버린 사랑, 떨어질 수 없는 두 사람..
바디호러의 껍질 속에 숨겨진 가장 섬세한 멜로 영화!

 

사랑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먼 거리를 만든다. 처음엔 다정한 온기가 공기를 채웠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젖어, 그들은 서로의 숨소리마저 음악처럼 여겼다. 그러나 어느 날, 그들의 몸은 서서히, 아주 조용히 서로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피부 접촉에서 시작된 것이 점차 강한 결합으로 변해갔고, 물리적인 접착을 넘어 생리적인 리듬이 하나로 얽혔다. 그 사이에서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감정적 유대의 끈적임이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쌓인 무게가 피부 아래로 스며들어 그들을 하나로 묶어버린 것이다.

 

 

마이클 생크스 감독의 신작 <투게더(Together)>는 이토록 낯선 방식으로 사랑을 말한다. 데이브 프랭코와 알리슨 브리가 연기하는 커플은 이제 더 이상 은유 속 연인이 아니다. 이 영화는 그들을 아예 하나의 육체로 융합시켜버림으로써, 관계의 본질에 대한 잔혹한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바디 호러의 외형을 빌려 ‘사랑’이라는 감정의 끝을 보여준다. 팀과 밀리라는 오래된 커플은 설렘 대신 익숙함에 젖어 있다. 그들의 관계는 일상의 습기처럼 무겁고, 때로는 숨 막힌다. 그러던 어느 날, 살이 붙기 시작한다. 손과 손이 떨어지지 않고, 등이 붙고, 어깨와 다리마저 하나의 덩어리로 융합된다. 신체적 결합은 처음에는 당황스러웠고, 이후엔 괴로웠으며, 끝내 공포로 변해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결합은 물리적인 재앙이자 동시에 감정적인 고백이다. 관계가 끝나기 직전, 그들의 몸은 완전히 하나가 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샤워 후 밀리의 살이 팀의 어깨에 스르륵 달라붙는 순간이다. 천천히, 음침하게,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결합은 마치 사랑이란 감정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를 감싸고 벗겨지지 않는 껍질이 되어버린 것과 같다. 또 다른 장면은 침대에 누운 두 사람이 수술을 거부하며 서로를 꼭 끌어안는 모습. 이미 허벅지까지 융합된 그들의 몸을 뜯어낼 수는 없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장면에서 우리는 잔인함보다 슬픔을 느낀다.

 

왜 우리는 서로를 이렇게까지 붙잡고 있어야만 했을까. 알리슨 브리의 눈빛은 깊이를 잃지 않는다. 그녀는 사랑받고 싶고, 도망치고 싶고, 끝내 붙잡고 싶은 여자의 모순을 한 얼굴에 담아낸다. 데이브 프랭코 역시 육체가 침식되어가면서도 사랑을 놓지 못하는 남자의 불안을 절제된 연기로 풀어낸다. 이들의 연기는 신체적 고통이 아닌 감정의 침식을 표현한다.

 

 

<투게더(Together)>는 ‘관계의 본질’을 묻는다.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의 세계를 침범하는 일이다. 그 침범이 다정할 때도 있지만, 한계선을 넘으면 파괴와 융합으로 이어진다. 팀과 밀리의 신체적 결합은 자아와 타자의 경계가 무너지는 과정이며, 이는 고통스러운 성장 혹은 해체다.

 

줄리아 듀쿠르노의 <티탄>이나 코린느 파르제의 <서브스턴스>가 육체의 이물감으로 정체성을 묻는다면, <투게더(Together)>는 감정에 더 가깝다. 육체는 감정을 담는 그릇이고, 영화는 ‘너무 가까워질 때 그릇이 깨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결국 <투게더(Together)>는 ‘붙어 있는 것’보다 ‘떨어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은 때로 서로를 삼켜버리는 방식으로만 지속된다. 마이클 생크스는 관객에게 묻는다. “왜 어떤 관계는 파괴적인 방식으로만 유지되는가?” 그 답은 스크린을 뚫고 나와 우리의 뼈마디 사이로 스민다.

 

사랑은 아름답지만 가볍지 않다. 그것은 육체를 삼키고, 경계를 허물고, 마침내 우리를 하나의 덩어리로 만든다. <투게더(Together)>는 그 과정을 너무나 은유적이면서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떼려야 뗄 수 없는 감정이야말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사진 : 영화 '투게더(2025)' 포스터 및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