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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9 (월)

[현장취재] 영화 '만약에 우리' GV, 구교환·문가영이 전하는 성숙한 안녕

후회보다는 성숙함을, 12월 31일 개봉 앞두고 관객과 미리 만난 특별한 시간

 

오는 12월 31일 개봉을 앞둔 영화 '만약에 우리'가 서울 CGV 왕십리에서 관객과의 대화(GV) 자리를 마련하며 예비 관객들과 먼저 만났다. 이날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김도영 감독과 주연 배우 문가영, 구교환이 자리했다. 이들은 작품이 남긴 짙은 여운을 관객과 함께 공유하며 영화의 결을 살린 풍성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눴다.

 

영화 상영 후 이어진 대화에서 김도영 감독은 이 작품이 인생의 한 시기를 정리하는 영화임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연글을 하다 영화로 넘어오며 여러 변곡점들이 있었고,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는데 잘 풀리지 않았던 시기가 떠올랐다"며 "꿈에 대한 이야기로 읽히길 바랐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많은 정리를 할 수 있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배우 구교환 역시 극 중 은호가 겪는 '팔리지 않는 게임'에 대한 고민에 공감했다. 그는 "은호만큼 많은 실패를 겪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면서도 "제작되지 못한 시나리오가 다른 영화의 재료가 되듯, 가짜 실패란 없다. 그 과정은 무언가를 얻어가기 위한 소중한 소스일 뿐"이라는 철학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문가영은 "매 작품 수많은 스태프와 뜨겁게 사랑하고 이별하지만 여전히 이별에는 미성숙하다"며 정원이 느꼈을 감정의 무게를 전했다.

 

원작의 팬이기도 한 김도영 감독은 리메이크 과정에서의 고민도 털어놓았다. "원작이 너무 좋아서 시작한 작업이기에 내가 매료되었던 포인트인 흑백 설정과 소파 등을 존중하며 변주하고 싶었다"는 그는 특히 영화 속 색(Color)의 변화에 의미를 부여했다.

 

주인공들이 재회한 순간이 아니라 모든 감정이 해소되고 아버지의 편지를 읽는 시점에 색이 돌아오는 연출에 대해 문가영은 "서로를 찾은 것이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을 찾았을 때 비로소 컬러가 찾아온 것이라는 해석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영화 속에서 고속버스, 비행기, 택시 등 이동 수단이 막히는 설정에 대해 감독은 "사랑은 사고처럼 벌어지는 것"이라며 날씨와 사고라는 운명적인 장치를 통해 인물들의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햇빛의 활용에 대해서도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햇빛조차 누릴 여유가 없던 정원의 고단함과 결국 다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고 전했다.

 

 

2010년대 초반 청춘들의 팍팍한 공기를 담아낸 이 영화는 당시의 유행가와 싸이월드 감성으로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촬영장 DJ를 자처했다는 구교환은 전람회 2집과 류이치 사카모토의 연주곡들을 들으며 감정을 잡았던 일화를 소개해 현장에 유쾌한 분위기를 더했다. 

 

이날 GV의 핵심은 좋은 이별에 대한 출연진의 진솔한 생각이었다. 원작의 "너를 놓쳤어(I lost you)"라는 대사가 이번 영화에서 "내가 너를 놓았어"로 바뀐 점에 대해 김 감독은 "후회보다는 잘 이별하는 것, 그때의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인정하는 성숙함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오랜만에 마주치더라도 얼굴 찌푸리지 않고, 나의 한 때를 빛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좋은 이별의 조건으로 꼽았으며, 김 감독은 "분노나 감정에 압도되기보다 충분한 애도의 기간을 거쳐 처음과 중간의 감정을 모두 곱씹을 수 있어야 한다"며 안녕의 미학을 전했다.

 

 

끝으로 출연진은 "이 영화가 언제든 돌아오고 싶은 집 같은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는 인사를 전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길목에서 만난 영화 '만약에 우리'는 이별마저도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개봉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마음속에 깊은 자국을 남겼다.

 

한편, 사랑과 꿈의 변곡점을 지나는 청춘들의 성숙한 기록을 담은 영화 '만약에 우리'는 오는 12월 31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하여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영상 : 영화 '만약에 우리' GV [뮤즈온에어]  

사진 : 영화 '만약에 우리'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