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타년타일(他年他日)'의 GV현장은 과학적 가설과 인문학적 성찰이 교차하는 지적 탐구의 장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천문학자 지웅배 교수와 25년 경력의 영화 전문 방송인 김경식이 참석해 시공간의 왜곡 속에 투영된 인간의 감정과 운명적인 사랑의 본질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영화 '타년타일'은 '우일구'의 의사 안진과 그보다 훨씬 빠른 시간을 살아가는 '장년구'의 소년 테이토의 서사를 다룬다. 지웅배 교수는 안진의 하루가 테이토에게는 1년으로 치환되는 극 중 설정에 주목해 이를 천문학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지 교수는 이러한 365배의 시간 지연(Time Dilation)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중력이 극단적으로 차이나야 함을 지적했다. 물리적으로 계산했을 때, 이는 태양 질량의 약 9만 배에 달하는 거대 질량 블랙홀 인근에 위치해야 가능한 수준이다. 지 교수는 "테이토가 안진과 다시 맞닿을 찰나의 순간을 위해 매일을 살아가는 모습은,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만드는 물리적 법칙만큼이나 강력한 감정적 인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영화 전문가 김경식은 물리적 시간을 넘어선 '심리적 시간의 밀도'에 집중했다. 테이토가 안진을 다시 만나기 위해 견뎌온 수십 년의 세월과, 안진에게는 불과 며칠 뒤의 재회로 느껴지는 시차는 사랑의 농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특히 김경식은 두 주인공의 관계를 '인력(Attraction)'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물리학에서 고밀도의 질량이 시공간을 왜곡하듯 테이토의 일편단심은 안진이라는 존재가 형성한 강력한 '매력의 장'에 이끌린 결과라는 논리다. 그는 "사랑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가 공유하는 찰나에 얼마나 깊은 밀도로 머무느냐에 달려 있다"는 통찰을 제시했다.
지웅배 교수는 작품 속 두 세계의 단절을 대만 감독의 지정학적 시각과 연결해 분석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설정은 물리적 거리를 넘어, 오고 갈 수 없는 경계와 그 안에서 피어나는 애절한 정서를 내포한다. 또한 지 교수는 물리 법칙상 관찰자가 위치한 곳의 시계 바늘이 급변하는 연출 등의 오류를 짚으면서도, 이것이 지닌 서사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이는 두 세계의 이질성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뒤틀린 세계의 비극성을 직관적으로 체감하게 하는 영화적 장치라는 해석이다.


이번 GV는 서로 다른 중력과 시간 속에서도 사랑하는 순간만큼은 동일한 시공간에 머물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김경식은 "자신의 시간만큼 상대방의 시간을 존중하며, 뒤틀린 세계 속에서도 서로의 속도를 맞추려 노력하는 과정이 이 영화가 말하는 운명적 사랑의 본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담을 마무리했다.
영상 : 영화 '타년타일(他年他日)' GV [뮤즈온에어]
사진 : 영화 '타년타일(他年他日)' GV [뮤즈온에어], 영화 '타년타일' 포스터 및 스틸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