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설원에서 숨 막히는 스릴러가 시작된다. 폭설이 쏟아지는 새벽, 피투성이로 도움을 청하는 여성과 그를 둘러싼 의문의 사건, 영화는 "왜 다들 절 의심하죠?"라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관객을 미궁 속으로 이끈다. 흰 설원과 붉은 핏자국, 차가운 병원의 조명 아래 펼쳐지는 첫 장면부터 긴장감은 숨 막히게 조여온다. 기억과 진실의 경계를 탐구하는 이 작품은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 불가능한 반전으로 관객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정려원이 연기한 도경은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진실을 추적하는 인물이다. 그의 떨리는 목소리와 흔들리는 시선은 관객마저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생생하다. 반면 이정은의 현주는 냉철한 경찰이지만 내면에 숨겨진 트라우마로 인해 사건의 진실에 점차 균열을 맞닥뜨린다. 두 배우의 연기 합은 마치 팽팽한 줄다리기처럼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기억의 주관성이라는 주제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이 여럿있다. 첫 장면, 병원 응급실 진입의 순간은 마치 얼음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섬세하면서도 냉정하게 기억을 흔든다. 흰 조명 아래 피 묻은 손이 떨리고, 그 떨림이 곧 관객의 숨을 잡아끈다. 흰 천, 흰 바닥, 흰 설원 위에 찍힌 붉은 자국은 ‘순수’와 ‘폭력’의 간극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두 번째로 설원 위 맨발의 추격 장면은 외부 공간이 내면의 고립으로 변형되는 순간이다. 맨발로 흰 눈밭을 가르며 달리는 도경의 몸짓은 마치 자신의 기억을 따라 달리는 몸짓처럼 보인다. 차가 설원에 박힌 장면, 차 옆을 맴도는 인물들, 그 사이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와 깊은 숨소리, 이 모든 것이 고요 속의 폭풍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은 외부 공간이 내면의 고립으로 바뀌는 순간을 시각화한다.
세 번째는 마침내 대치 공간으로 들어서는 마지막 장면이다. 도경과 현주가 서로를 바라보는 클로즈업, 그 눈빛은 진실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이자 서로에 대한 의심의 결이다. 카메라는 거리를 좁히고, 관객은 그 간극 속에 스스로를 위치시킨다. 이로써 설원의 끝자락에서 진실은 붉게 부풀어 오른다.
정려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에서 이탈한다. ‘불안한 내면’, ‘예측 불가능한 표정 변화’, ‘기억의 균열’이라는 연기 키워드를 현실로 만든다. 언론은 그녀의 연기를 “매 순간 흔들림의 연기력”이라고 평했다. 이정은은 현주 역할을 통해 카메라 앞에서 단정하면서도 날카로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출발한 두 배우는 이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다.
그리고 고혜진 감독은 드라마 연출에서 쌓은 감각을 스릴러 장르로 전환하면서 ‘기억·진실·관점’이라는 테마를 시각적으로든 서사적으로든 밀도 있게 풀어냈다. 언론에서는 “반전에 반전이 계속되는 전개와 예측이 어려운 결말”이라 평하며 그의 입봉작을 스릴러 수작으로 꼽았다. 설원, 하얀 차, 기억의 파편, 색채 대비는 고혜진 감독이 설계한 시각과 서사의 연립이며 여성 중심 서사라는 틀 안에서 그는 익숙한 스릴러 공식을 다시 쓴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이 맞물려, 영화를 보는 관객은 ‘내가 믿는 이야기 vs 사실’ 사이의 불안정한 경계에 서게 된다.
영화<하얀 차를 탄 여자>는 제22회 샌디에이고 국제영화제 최우수 국제장편상 수상, 런던국제영화제 스릴러 부문 공식 초청 등 해외 평단은 이 작품의 감정적 깊이와 예측 불가능한 전개에 주목했다. "새로운 접근 방식의 신선한 스릴러", "두 여배우의 연기가 완성한 몰입감"이라는 호평은 반전 이상의 가치를 증명한다.
영화는 끝나도 관객의 마음속에는 설원 위의 발자국처럼 선명한 질문이 남는다. "누구의 기억을 믿을 것인가?", "진실은 고정된 것일까, 유동적인 것일까?" 피해자와 가해자,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 관객은 자신의 편견과 기억마저 해체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하얀 차를 탄 여자>는 기억의 파편과 편견의 구조를 해체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의 믿음과 시선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정려원과 이정은의 폭발적인 연기와 고혜진 감독의 치밀한 연출이 만나 탄생한 이 작품은, 올해 가장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스릴러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사진 :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포스터 및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