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일드라마 ‘백번의 추억’이 10월 19일 방송된 최종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980년대 말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 우정과 사랑, 갈등과 화해를 촘촘히 엮어낸 이 작품은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과 묵직한 감동을 안겼다. 특히 고영례(김다미)와 서종희(신예은)의 관계는 작품의 정점을 장식하며, ‘추억’이라는 테마에 가장 진한 울림을 더했다.
최종회는 미스코리아 본선을 앞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시작됐다. 버스 안내양 시절을 함께하며 꿈을 나눴던 영례와 종희. 이들은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채 같은 무대에 올랐고, 서로를 향한 미묘한 감정의 줄다리기 끝에 드디어 진심을 마주하게 된다. 종희는 “추억은 떠나간 버스”라며 과거를 내려놓고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영례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버스 안내양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며 그 시절 종희에게 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그 안에는 용서와 후회, 그리고 여전한 우정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긴장의 끈은 끝까지 놓을 수 없었다. 종희의 과거를 파헤치려 했던 노상식(박지환)이 대회장에 경호원으로 위장 침입하며 극적인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결국 종희를 노린 칼날은 영례가 온몸으로 막아내며 참극을 막았고, 영례는 쓰러진 채 혼수상태에 빠진다. 모든 이가 얼어붙은 순간, 시청자들의 눈물샘 역시 터졌다. 사랑하는 친구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영례의 모습은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했던 ‘진짜 추억’의 의미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혼수상태에 빠진 영례의 곁을 지킨 것은 사랑하는 이 한재필(허남준)이었다. 그가 영례에게 들려준 노래, 그 멜로디는 영례가 의식을 되찾는 데 결정적인 매개가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들려온 사랑의 언어는 다시 한 번 '백번의 추억'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결국 영례는 의식을 되찾고, 재필은 목걸이를 건네며 “전문의가 되면 결혼하자”는 청혼으로 마음을 고백한다. 반지 대신 건넨 목걸이는 부담스럽지 않게,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영례는 조용한 입맞춤으로 화답하며 둘의 미래를 암시한다.

종희 또한 영례의 용서와 희생을 통해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모진 과거를 털어내고, 양엄마의 조종에서도 벗어나 당당히 자신만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것이다. 양미숙(서재희)과의 결별 선언은 종희에게 있어 자아의 회복이자 진정한 독립의 순간이었다.
드라마는 고영례, 서종희, 한재필 세 사람이 함께 인천 앞바다를 거니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누구보다 치열한 시간을 살아온 청춘들이 이제는 조금은 여유 있는 미소로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 그리고 영례의 마지막 나레이션은 “청춘이었으나 고단하고 남루했던, 그러나 서로가 있었기에 빛났던 시간들.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이처럼 ‘백번의 추억’은 한 시대를 살아낸 청춘의 아픔과 성장, 그리고 화해를 담아낸 세밀한 휴먼 드라마였다. 김다미와 신예은은 복잡한 내면의 서사를 설득력 있게 소화하며 ‘여성 서사’의 가능성을 또 한 번 확장시켰고, 허남준은 묵묵한 사랑으로 이야기에 따뜻한 균형을 부여했다.
JTBC ‘백번의 추억’은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관계 회복과 새로운 시작의 동력이 될 수 있음을 그려내며 1980년대의 시대상과 인물들의 성장 서사를 진정성 있게 풀어내 종영과 동시에 인생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사진 : tvN 백번의 추억 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