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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9 (화)

“끝까지 버텼다”…기안84·권화운, 남아공 초극한 ‘빅5 마라톤’에서 보여준 인간 한계의 드라마

지옥 내리막·모래 늪·러너들의 무덤…각기 다른 방식으로 완주해낸 두 남자의 기록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광활한 자연 속, 인간의 한계와 정신력이 정면으로 맞부딪힌 순간이었다. MBC 예능 ‘극한84’ 2회는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 배우 권화운이 생애 첫 트레일 마라톤 ‘빅5 마라톤’에 도전한 여정을 담아내며 시청자들에게 짙은 긴장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러닝을 예능의 한 축으로 확장해온 이 프로그램은 이날 방송으로 2049 시청률 1.3%, 최고 시청률 4.7%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안84의 레이스는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출발 3km 지점에서 찾아온 가파른 오르막은 그를 이내 걷게 만들었고, 하이라이트라 불릴 만큼 악명 높은 내리막에서는 인생 처음 맞닥뜨리는 ‘통제 불능’의 공포가 찾아왔다. 그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처럼 끌려 내려갔다”고 회상할 만큼 몸이 완전히 밀려나는 급경사에 무릎을 쥐어짜며 버텨야 했다.

 

이어진 문제는 발목이었다. 빠른 내리막을 예상치 못한 속도로 통과한 뒤 시작된 통증은 그를 몇 번이고 멈춰 세웠다. 그러나 진짜 지옥은 13km 이후 펼쳐진 모래 지형이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발목이 휘청이며 속도가 뚝 떨어졌고, 그는 “차라리 코뿔소가 들이받아 줬으면 좋겠다”며 웃픈 고통을 드러냈다.

 

 

갈증이 극에 달한 순간 기안84는 결국 길가 시냇물에 고개를 들이밀어 물을 마시는 ‘야생 모드’까지 돌입했다. 시청자들이 경악한 이 장면은 그의 절박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가장 큰 고비는 후반부 ‘러너들의 무덤’로 불리는 대형 오르막이다. 기안84는 이 구간에서 구토까지 하며 바닥난 체력을 부여잡았고, 이미 여러 참가자들이 사파리카 차량에 실려 포기하는 모습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럼에도 그는 “내가 시작했으니 내가 끝내야 한다”며 다시 일어났고, 심지어 컷오프까지 촉박한 상황에서도 한 걸음씩 결승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6시간 38분 54초, 인생 첫 트레일 마라톤 완주했다. ‘김희민’이라는 본명이 울려 퍼지는 순간, 스튜디오 패널들까지 눈시울을 붉혔다. 포기를 모르는 그의 집념은 그 자체로 긴 러닝 드라마였다.

 

반면 권화운의 레이스는 완벽한 전략과 준비가 빛난 시범 경기처럼 펼쳐졌다. 그는 대회 전부터 지형·구간 분석에 몰두했고, 한 달 동안 무려 512km를 달리며 체력과 지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남산과 인왕산을 매일 오르며 계단 훈련을 반복한 것은 물론, A·B·C 세 가지 플랜을 세웠다며 흔들림 없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기 당일, 권화운은 오르막을 평지처럼 가볍게 치고 올라가며 초반부터 1km당 4분 10초 페이스를 유지했다. 두 번째 고비였던 24km 이후, 그는 “한 명씩 추월해보겠다”며 3분대 중반의 스피드로 전환해 본격적인 맹추격을 시작했다. 카메라 감독이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속도에 결국 카메라를 직접 들고 뛰는 모습은 이날의 명장면이었다.

 

치열한 선두 경쟁 끝에 그는 결국 3시간 47분 49초, 생애 첫 트레일 마라톤에서 전체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가 유일하게 따라잡지 못한 1위는 1,600km 레이스 완주 경력이 있는 세계적 울트라마라토너였다. 권화운은 “그런 분과 경쟁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밝히며 담담하지만 뿌듯한 미소를 보였다.

 

 

기안84의 처절한 생존기와 권화운의 폭발적 질주는 한 회를 가득 채우며 ‘도전’이라는 키워드의 무게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 제작진은 다음 회차에서 새로운 크루원 영입, 그리고 프랑스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마라톤을 예고했다. 한편 매주 일요일 밤 9시 10분, ‘극한84’는 앞으로도 두 주자의 땀과 고통, 그리고 성장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사진 : MBC ‘극한84’ 방송 캡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