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이하 ‘김부장 이야기’)가 30일 최종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마지막 회는 김낙수(류승룡)가 지난 25년의 직장 생활을 내려놓고, 마침내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법을 깨닫는 과정에 집중하며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극은 김낙수가 오랜 조직 생활을 벗어나 세차업으로 새 삶을 시작하는 모습에서 출발한다. 그는 ACT의 법인 차량 세차 사업 공고를 우연히 발견하고, 동기 허태환(이서환)을 직접 찾아가 동업을 제안했다. “손 세차는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하다”는 그의 말에는 치열했던 직장인 시절의 무게를 내려놓고자 하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은 실기시험까지 함께 치르며 ‘속시원 세차장’으로 선정됐고, 그렇게 김낙수의 ‘두 번째 1막’이 열렸다.
하지만 세차 현장에서 마주한 사람들은 김낙수에게 또 다른 시험을 안겼다. 그가 한때 함께 일했던 동료 정성구(전순원)는 “도진우가 여기 있는 거 안다”며 약과를 건네면서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 감정에 흔들렸다. 김낙수는 그 순간에도 담담했다. “아침 기분 안 좋다고 출근 안 하냐”는 한마디는, 더 이상 과거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그의 태도를 상징했다.
도진우(이신기)의 등장은 김낙수의 성장 서사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임원 승진에서 탈락한 도진우는 술에 취해 주차장을 배회하다 김낙수와 마주했다. “ACT를 위해 19년을 살았는데 왜 떨어졌을까”라며 무너져 내린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까지 흔들리고 있었다. 김낙수는 그에게도 “너 자신에게 솔직해져 봐라. 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대기업 부장·차장, 그리고 다시 세차 노동자로 돌아온 그의 말은 결과·성과 중심의 삶을 살아온 도진우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도진우가 “졌네. 내가 졌다”고 낮게 말한 장면은 이 드라마 특유의 현실적인 감정선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그러나 김낙수의 앞길은 순탄치 않았다. 세차업을 꾸준히 이어갔음에도 ACT와의 재계약에 실패했고, 허태환 역시 “한 회사에서 두 번 잘렸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낙수는 “괜찮다. 지나간다”라며 차분히 현실을 받아들였다. 결국 두 사람은 김창수(고창석)의 카센터로 돌아가 다시 동업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이와 함께 가족에 대한 서사도 깊이를 더했다. 김낙수는 아내 박하진(명세빈)과 밤마다 산책을 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박하진은 “다른 사람 같으면 진작 무너졌을 거야. 김낙수니까 여기까지 온 거다”라며 남편을 다정하게 다독였다. “넌 왜 그렇게 짠하냐”, “넌 왜 그렇게 사랑스럽냐”는 부부의 대화는 그가 새 출발을 견뎌낼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을 자연스레 보여줬다.
아들 김수겸(차강윤)과의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진로를 고민하는 수겸에게 김낙수는 “재수, 스타트업, 쇼핑몰까지 다 해봤잖아. 그중 즐거웠던 걸 찾아라”라며 인생 선배다운 조언을 건넸다. 이는 수십 년 경력의 ‘김 부장’이 아닌, 삶의 굴곡을 겪어낸 한 어른의 진심 어린 메시지였다.
최종회는 소나기가 쏟아지는 오후, 김낙수가 잠시 일을 멈추고 빗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미소를 짓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회사 생활의 기억, 손쉽지 않았던 선택들, 그리고 곁을 지킨 가족까지 모든 순간을 품은 그의 표정은 말보다 더 깊은 여운을 남겼다.
드라마는 이렇게 현실에 지친 수많은 ‘김 부장’들에게 작은 응원과 위로를 건넸다. 화려한 반전이나 비현실적 해피엔딩 대신,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살아내는 방식’에 대한 진심을 담아냈다는 점이 마지막까지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편, ‘김부장 이야기’ 후속으로는 박서준·원지안 주연의 ‘경도를 기다리며’가 방송될 예정이다.
사진 :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마지막회 [JTBC 방송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