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리우드 대표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이하, 스칼릿 조핸슨)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신작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의 홍보를 위한 공식 내한 일정이었지만, 그 안에는 단순한 홍보를 뛰어넘는 감동의 순간들이 가득했다. 특히 지난 9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한 조핸슨은 유재석, 조세호와의 유쾌한 호흡을 통해 배우로서의 깊이뿐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이번 내한은 무려 8년 만이다. 스칼릿 조핸슨은 방송 초반부터 “정말 오래 걸렸다. ‘유퀴즈’ 출연을 계속 기다렸다”고 말하며 환한 미소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특히 4년 전 ‘유퀴즈’ 측에 영상 편지를 보냈던 인연이 이날 방송에서 공개되며, 팬들과의 약속이 실현된 감동적인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다.
조세호와 유재석은 조핸슨에게 “한국 팬들 사이에서 ‘한순이’라는 별명이 있다”고 전했다. ‘조핸슨’이라는 이름에서 따온 한국식 애칭이라는 설명에 조핸슨은 “너무 귀엽다. 남편에게도 앞으로 나를 ‘한순이’라고 부르라고 해야겠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작은 테이블에 대한 궁금증부터, 공룡 영화에 유재석을 캐스팅하고 싶다는 제안까지, 조핸슨은 방송 내내 한국식 예능 문화에 녹아든 듯한 친근함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뉴욕에서 만나자”는 제안에는 “뉴욕 오면 연락해요. 나는 뉴욕의 좋은 호스트가 될 거다. 직항 있으니까 걱정 마세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특히 그녀의 이번 작품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단순한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조핸슨 개인에게는 어릴 적 꿈이 현실로 이어진 상징적인 영화다. “1993년에 가족과 함께 영화관에서 ‘쥬라기 공원’을 본 이후, 그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그때부터 이 시리즈의 팬이 됐고, 30년 동안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이어 그녀는 “회사에도 계속 이야기했죠. ‘쥬라기 영화에 뭐든 좋으니 나오고 싶다. 공룡 간식 역할이라도’라고요. 그래서 지금 이 작품에 주연으로 참여하게 된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라고 덧붙이며 벅찬 감정을 전했다. 실제로 런던과 뉴욕 시사회에는 쌍둥이 남동생이 참석했다. 시사회 후 “누나, 해냈구나”라는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는 그녀는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가 이 순간을 위한 것 같았다”며 이번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유재석은 스칼릿 조핸슨에게 "아역 시절 오디션 볼 때 많이 들은 말이 있다고 하는데 그게 뭐냐"고 물었다. 스칼릿 조핸슨은 그것까지 조사한거냐며 놀라며, 그녀의 독특한 허스키 보이스는 시그니처이자 강력한 매력 포인트지만, 어린 시절엔 오히려 콤플렉스였다고 고백했다. “아역 시절 오디션 때 ‘어디 아프냐’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그 당시엔 그 목소리가 너무 싫었죠. 나이가 들면서 부드러워졌는데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거칠었던 것 같다”며 그 당시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 목소리는 그녀만의 차별점이 되었다. 영화 ‘Her’의 목소리 연기, 그리고 블랙 위도우 시리즈에서의 깊이 있는 캐릭터 표현이 가능했던 이유도 이 독특한 음색 덕분이다. 그녀는 “결국 그 목소리 덕분에 상도 받고,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조세호는 또 "과거 자신에게 현재 자신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고 질문하자 스칼릿 조핸슨은 카메라를 향해 "'네가 이상한 허스키 보이스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목소리 덕분에 로마 영화제에서 상을 받게 될 거야. 문제 없으니 걱정 하지 마. 그리고 너는 나중에 쥬라기 시리즈 주인공이 될 거야"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유재석은 "사실 히트작이 워낙 많다 보니까 스칼릿 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캐릭터가 다 다르다. 저는 여러 가지 캐릭터 중 역시 블랙 위도우. 너무 멋있다, 스칼릿"이라며 밝혔고, 스칼릿 조핸슨은 "저도 나타샤를 정말 좋아한다"라며 공감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블랙 위도우’ 역으로 10년 이상 활약한 그녀는 "블랙 위도우를 10년 넘게 연기하면서 캐릭터가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과 가까워지고 '마블 가족'이 됐다"라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유재석은 "블랙 위도우 오디션 때 진짜 원작처럼 머리 염색을 하고 가서 오디션을 보셨다더라"라며 궁금해했고, 스칼릿 조핸슨은 "머리를 염색한 상태였다. 오디션을 보고 감독님과 캐릭터 이야기도 했는데 오디션에 합격하지 못했다. 굉장히 실망했다"라며 그 당시를 회상했다.
스칼릿 조핸슨은 "그런데 캐스팅된 배우의 출연이 불발되고 다시 연락이 와서 블랙 위도우 역할을 제안했다. 지금까지 받은 전화 중에 가장 기분 좋은 전화였다.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연락보다 따지 못했던 역할을 다시 맡게 되면 훨씬 기분이 좋다"고 고백했다.

또한 스칼릿 조핸슨은 영화 'HER'도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그녀는 "2순위라는 사실이 속상한 적은 없었다. 기회가 다시 온다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울분을 갖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저에게 도전하고 실망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수 있지 않나"라고 의연하게 털어놨다.
특히 유재석은 "배우 인생의 3분의 1에 달하는 시간이기도 한데 블랙 위도우는 어떤 의미인지"라며 질문했고, 스칼릿 조핸슨은 "솔직히 처음 캐스팅되고 전체적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팬들이 제가 연기하는 블랙위도우를 어떻게 봐줄까 싶었다. 다행히 많이 좋아해주셨고 '어벤져스'에도 출연하게 됐다"라며 전했다.

스칼릿 조핸슨은 "'어벤져스'를 처음 찍을 때 배우 모두 성공할 거라 예상 못 했다. 이상할 것 같기도 했다. 너무 많은 캐릭터가 모여있으니까. 처음 하는 시도니까 저희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런데 역대 가장 성공한 영화 중 하나가 됐다. 저에게 정말 큰 기회였고 배우 모두의 인생을 바꾼 영화다. 함께 이런 경험을 했다는 게 정말 특별하다"라며 고백했다.

한국 예능 특유의 ‘회식’ 문화에 대한 질문에 조핸슨은 “할리우드도 비슷한 문화가 있다. 같이 저녁을 먹거나 바에 간다”고 답하며, 최근 런던 시사회 후 있었던 저녁 식사 이야기를 풀어놨다. “출연진들과 직원들이 다 모여서 정말 많이 먹고 마셨는데, 밤이 되고 어느 순간 다들 ‘잘 있어~’ 하고 가버리더라고요. 계산서는 남았고, 저 혼자 남아서 '이거 누가 계산하는 거지?' 했는데, 결국 제가 계산했어요. 충격받았죠.”라며 주위를 폭소케했다.

마지막으로 유재석이 “이렇게 커리어가 탄탄한데도 불안한 감정이 있느냐”고 묻자 조핸슨은 망설임 없이 “항상 그렇다”고 답했다. “30년 넘게 연기를 해왔지만 여전히 새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두렵다”며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을 찍을 때도 처음 2주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싶더라”라고 고백했다.
스칼릿 조핸슨의 이번 내한과 '유퀴즈' 출연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오랜 시간 품어온 꿈을 현실로 만든 성취의 순간이었고, 한국 팬들과 진심 어린 교감을 나눈 시간이었다. ‘블랙 위도우’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그녀는 이제 ‘쥬라기 월드’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300회 특집 2탄 영상 캡쳐
뮤즈온에어 채유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