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이종필, 윤가은, 구교환[나무엑터스]](http://www.museonair.co.kr/data/photos/20250624/art_17495281450764_a28e02.jpg)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25년간 예술영화의 안식처로 자리 잡아온 씨네큐브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태광그룹 미디어 계열사 티캐스트가 운영하는 씨네큐브는 개관 25주년을 맞아 세 명의 감독과 함께 단편 앤솔로지 영화 제작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씨네큐브가 단순한 영화 상영관을 넘어 직접 창작의 주체로 나서는 첫 시도로, 극장이라는 공간의 본질과 예술영화의 가치를 되새기려는 실험적 기획이다.
연출은 각기 다른 영화적 결을 가진 세 명의 감독이 맡는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탈주’의 이종필 감독은 ‘침팬지’에서 2000년대 광화문을 배경으로 청춘들의 영화 사랑과 우정을 풀어낸다. 시간이 흘러 홀로 남은 주인공 고도가 극장으로 돌아오며, 영화관이 기억의 보관소이자 시간 여행의 통로임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들’, ‘우리집’ 등 섬세한 감정선을 그려온 윤가은 감독은 ‘좋은 연기’(가제)를 통해 영화 촬영 현장의 하루를 포착한다. 어린 배우들과 제작진이 ‘좋은 연기란 무엇인가’를 고뇌하며 극장이 단지 결과물을 소비하는 곳이 아닌, 질문과 영감이 살아 숨쉬는 창작의 장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배우로서도 왕성히 활동 중인 구교환은 ‘VIP 시사회’(가제)로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소화한다. 시사회에 초대된 두 인물이 함께 극장으로 향하며 펼쳐지는 감정의 교차를 따라가며,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극장이 아닌 감정과 관계가 켜켜이 쌓이는 정서적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되짚는다. 이번 앤솔로지 프로젝트는 6월 내 촬영을 마치고, 올 하반기 씨네큐브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총괄 프로듀서에는 ‘딸에 대하여’, ‘한낮의 피크닉’을 기획한 제정주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박지예 씨네큐브 팀장은 “25주년 프로젝트는 그동안 씨네큐브가 축적해온 정신을 다음 세대 창작자들과 공유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며, “관객과 함께 ‘극장’이라는 공간의 다층적 의미를 다시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씨네큐브는 1999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기획으로 시작됐다. 상업성을 지양하고, 작품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을 꾸준히 소개하며 한국 예술영화 문화의 심장부 역할을 해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 철학을 잇는 동시에, 예술영화관의 미래 가능성을 확장하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사진 : 이종필, 윤가은[씨네큐브], 구교환[나무엑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