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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9 (화)

판 위의 승부, 영화 <승부>가 그려낸 도전과 성찰의 자기 극복의 드라마!

 

영화 <승부>는 2025년 3월 26일 개봉되며, 이병헌과 유아인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관객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 바둑의 전설,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실화를 토대로 한 이 작품은 단순한 스포츠 드라마를 넘어 스승과 제자의 복잡한 심리, 승부의 본질, 그리고 인간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여운을 남긴다. 또한 줄거리의 전개 과정은 한 편의 서사시처럼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며, 관객들에게 몰입감 넘치는 체험을 선사한다.

 

 

영화는 1989년 조훈현 9단이 세계 무대에서 우승하며 화려한 귀국을 맞이하는 장대한 오프닝으로 시작된다. 그가 세계 바둑대회에서 승리를 거두며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순간, 그의 내면 깊은 곳에는 다가올 불안과 변화의 예감이 서서히 자리 잡는다. 당시 그는 이미 국내 바둑계를 휩쓴 ‘황제’로 평가받았지만,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 아닌 어린 제자 이창호였다.

 

 

아홉 살의 이창호는 조훈현이 처음 눈여겨본 바둑 신동으로 등장한다. 이창호는 조훈현과는 전혀 다른, 계산적이고 신중한 스타일의 바둑을 두며 스승의 거침없는 기세와 대비되는 차분한 면모를 보여준다. 이러한 대조는 영화 전반에 걸쳐 스승과 제자, 그리고 한 사람의 성공이 단순한 개인 승리가 아닌 서로에 대한 깊은 존경과 배움의 결과임을 암시한다.

 

 

조훈현은 자신의 기세와 공격적인 스타일을 바탕으로 이창호를 ‘내제자’로 받아들이며, 그가 보여주는 이질적인 태도에 대해 처음에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인다. 하지만 조훈현은 이창호에게서 단순한 재능 이상의 무언가, 즉 자신과 상반되는 철학과 잠재된 ‘보이지 않는 강함’을 발견한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단순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 경쟁자이자 동반자로서 서로의 가능성을 확인해가며 성장하는 기반을 다진다. 이 과정에서, 조훈현은 자신의 독보적인 기세와 열정이 곧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게 되고, 이창호 역시 스승의 그림자 속에서 자신만의 승부 철학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영화의 전환점은 1990년, 국수전 타이틀전에서 펼쳐진 첫 대국이다. 조훈현은 과거의 영광과 우월함을 바탕으로 제자 이창호를 압도하려 하지만, 이창호는 단 한 ‘반집’ 차이의 미세한 승리로 스승에게 충격적인 승리를 거둔다. 그 순간, 바둑판 위에는 단순한 승패를 뛰어넘어, 스승과 제자 간의 정체성과 자존심, 그리고 인생의 한 획을 그어버리는 결정적인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대국은 조훈현에게 큰 충격으로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껏 믿어왔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동시에 이창호에게는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미래의 승부사로 성장하기 위한 첫걸음이 된다. 스승과 제자 모두가 각자의 내면을 돌아보고 기존의 자존심과 승부에 대한 집착을 재정립하게 만드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이다.

 

첫 대국 이후, 조훈현은 제자에게 패배한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며 내면의 불안과 자존심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한다. 그는 과거의 영광과 승부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채,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려는 고뇌에 빠진다. 동시에, 이창호 역시 승리의 기쁨과 함께 패배와 성공의 경계에서 느끼는 불안 속에서 ‘보이지 않는 강함’을 증명하기 위한 끊임없이 노력하는 성장통을 경험한다. 이 둘은 이후로도 여러 차례의 대국을 통해 서로의 스타일과 철학에 대해 치열하게 겨루며, 때로는 재도전, 때로는 치열한 대립을 이어간다.
한 대국에서는 조훈현이 시간과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과거의 경험과 열정을 되살려 다시 제자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반면, 또 다른 대국에서는 이창호가 자신의 계산적이고 냉철한 승부 전략을 무너지지 않게 다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반복되는 승부는 두 인물 모두에게 단순한 기술적 승리를 넘어서, 인생의 여러 갈림길에서의 선택과 용기를 상징하는 서사가 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1991년과 이후 이어진 여러 대국에서 드러난다. 극 중, 극적인 시간 제약 속에서 각자의 체력과 정신적 한계에 맞서 싸우며 몰입감 넘치는 긴장 속에서, 두 인물은 각자의 철학과 승부에 대한 태도를 다시 한 번 시험받는다. 한 대국에서는 조훈현이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고집을 바탕으로 제자에게 간신히 반격을 가하며, 자신이 아직 전쟁터에서 물러설 수 없음을 증명한다. 반면, 이창호는 꾸준함과 철저한 준비, 그리고 냉철한 계산으로 스승을 압도하려고 한층 더 진화된 모습을 보인다. 스승과 제자 각자가 자신들이 겪은 실패와 좌절,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애증과 존경, 그리고 서로의 존재가 서로를 단련시켜주는 ‘인생의 스승’이라는 메시지가 함께 담겨 있다.

 

영화 <승부>는 단지 바둑 경기의 승패를 다루는 영화가 아니며, 영화에서 보여주는 각 대국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맞닥뜨리는 도전과, 그 도전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와 정체성을 상징한다. 영화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서 인생의 복잡한 굴곡과 성장을 그린다. 바둑판 위에서 한 수 한 수 내리는 장면은 곧 우리 모두가 매순간 맞이하는 선택과 도전의 연속이며, 패배 뒤에도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상징한다.
특히 스승이 제자에게 패배한 뒤에도, 다시금 싸움을 이어가는 모습과 더불어 “승부는 끝났지만,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 다음이 있으니까”라는 마지막 대사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싸우며 나아가는 인간의 도전 정신을 감동적으로 담아낸다.

 

감독 김형주의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연출은, 단순한 바둑 경기의 기록을 넘어 인물의 내면을 밀도 있게 파고들며 스토리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영화 곳곳에는 1980~9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품들과 세밀한 고증이 녹아들어 있어, 그 시절을 직접 겪은 이들에게는 아련한 기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조훈현 9단을 연기한 이병헌의 결연한 표정과 손끝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떨림, 그리고 이창호 9단을 연기한 유아인의 고요한 집중력은 이병헌과 유아인이 직접 연구와 훈련을 거쳐 재현해낸 결과물로, 두 배우의 열연이 영화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이병헌은 이미 오랜 시간 연기의 정점에 오른 배우로서, 조훈현 9단이라는 인물을 통해 화려했던 전성기의 자존심과 동시에 내면 깊숙한 불안감을 정교하게 표현해낸다. 단 한 수, 한 수에 모든 것을 걸고 임하는 그의 모습은 단순한 격투가 아니라 인생의 한 단면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으며, 관객들은 이면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와 용기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반면, 유아인이 연기한 이창호 9단은 과묵하면서도 날카로운 집중력을 바탕으로, 스승과 다른 방식으로 승부를 펼치는 천재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양 극의 대립은 단순한 기량 경쟁을 넘어서, 스승과 제자 사이의 감정적 갈등과 화해, 그리고 서로에게서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또한 바둑이라는 정적인 소재를 전혀 예상치 못한 다이나믹한 드라마로 승화시킨다. 화면 곳곳에 흐르는 미세한 카메라 워크와 음악, 그리고 적절한 자막 해설은 바둑을 모르는 관객도 손쉽게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감독은 바둑판 위에 펼쳐지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치열한 승부를 ‘삶의 경연’으로 비유하며, 우리 모두가 겪는 성장과 실패, 그리고 재도전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해낸다.

 

특히 영화 <승부>는 지난 2021년 촬영을 마쳤지만, 유아인 측의 우여곡절로 개봉이 지연되는 등 여러 위기를 넘기며 오늘의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은 단순한 제작 뒷이야기를 넘어, 극한의 리스크를 극복하고 결국 관객에게 다가가고자 한 영화인 만큼,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백상예술대상' 각본상과 최우수 남자 연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된 점 또한, 이 영화가 단순히 상업적 흥행뿐 아니라 예술적 완성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처럼 영화 <승부>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바둑기사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스승과 제자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가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두 인물이 바둑판 위에서 맞붙는 장면들은 단순한 기술적 승부를 넘어, 인간 존재의 굴곡과 열정, 그리고 삶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을 상징한다. 결국, 영화 <승부>는 스승과 제자가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동시에 서로를 통해 자신을 넘어서는 과정을 그려냈다고 할 수 있다. 이병헌과 유아인의 뛰어난 호흡, 김형주 감독의 절제된 연출, 그리고 90년대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한 미술과 소품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스포츠 영화 이상의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결론적으로 영화 <승부>는 단지 승패를 가리는 대국을 넘어서, 서로를 인정하고 배워가는 인간 관계와 그 속에서 빚어지는 깊은 감정의 흐름을 담아낸 휴먼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스승 조훈현과 제자 이창호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펼치는 대국과 그 안에서 교차하는 감정의 미묘함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인생의 여러 면면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든다. 스승이 패배 후에도 재도전을 선택하고, 제자가 냉정한 계산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모습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실패와 승부에서도 단 한번의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깨달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또한 영화는 우리 인생에서 승패가 가지는 의미를 묻고 있다. 바둑에서 승리하는 것은 단기적인 성취일 수 있지만, 인생에서 진정한 승리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조훈현이 이창호에게 지면서 깨닫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기 위한 마음가짐이다. 이창호는 그와의 대국을 통해 자신의 성장과 변화를 실현한다. 이처럼 영화는 승패의 의미를 인생의 변화와 연결시켜, 각자에게 중요한 삶의 교훈을 전한다. 이는 우리는 모두 승리의 순간을 갈망하지만, 결국 패배를 통해 진정한 성장과 발전을 이룬다는 메시지와 연결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도전과 자기극복이며, 그 과정에서 진정한 성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바둑의 룰이나 전문 용어에 얽매이지 않고도, 인간이 걸어온 길 위의 도전과 고뇌, 그리고 재도전의 가치를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에 있다. 관객들은 전설적인 대국 한 판 한 판에 숨겨진 이야기를 따라가며, 인생이라는 긴 승부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감정을 함께 체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영화 <승부>는 오늘날의 관객에게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인생의 복잡한 승부와 자기 극복의 여정을 섬세하게 재조명하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사진 : 영화 '승부' 포스터 및 스틸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