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예원이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복귀작은 영화 ‘내 섬에서 당장 나가!’(감독 이용석). 이번 작품에서 강예원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냉혹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로 변신해 관객 앞에 선다. ‘내 섬에서 당장 나가!’는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의문의 섬 ‘영귀도’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섬을 지배하는 살인마들로부터의 탈출기를 그린 아일랜드 코믹 액션물이다. 미스터리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연쇄 사건을 블랙코미디와 액션의 결합으로 풀어내며, 기존 장르 영화와는 차별화된 색깔을 예고한다. 극 중 강예원이 맡은 ‘한애리’는 냉혹한 보험 살인마다. 부동산 재벌 오회장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재혼에 성공한 뒤, 그를 영귀도에서 사고사로 위장해 재산을 노리는 인물. 표면적으로는 세련되고 유능하지만, 내면에는 탐욕과 잔혹함이 도사린 인물로, 강예원은 그 이중적인 면모를 코믹함과 서늘한 긴장감 속에 녹여낼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특히 강예원의 장르적 도전이 돋보인다. ‘해운대’, ‘하모니’, ‘퀵’, ‘헬로고스트’, ‘왓칭’ 등에서 코믹부터 스릴러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그는, 이번엔 웃음과 공포, 액션이 뒤섞인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로 복귀하며
“어쩔 수 없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내뱉어 본 이 짧은 문장은 때로는 책임의 회피가 되고, 때로는 절박함의 고백이 되며, 때로는 폭력의 변명이 되기도 한다. 박찬욱 감독은 이 무심한 말 속에 숨겨진 인간의 윤리, 사회의 구조, 그리고 생존의 본능을 해부하듯 펼쳐놓는다. 그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는 이름 그대로 현대사회의 무기력한 윤리적 패배를 묻는 장르적 성찰이며, 동시에 한 인간이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는지를 그려낸 블랙코미디다. 영화의 주인공 유만수(이병헌)는 제지업체에서 25년간 성실히 일해 온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는 가정을 책임지고 아내와 아이들을 부양하며 두 마리 개까지 돌보는 가장이다. 그의 삶은 너무나 일상적이기에 특별할 것 없지만 바로 그 ‘평범함’이 박찬욱의 렌즈를 통해 사회 구조의 균열로 확장된다.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예고 없이 해고된 만수는 재취업 시장이라는 냉혹한 세계에 던져진다. 문제는 오랜 세월 쌓아온 자존감과 정체성마저 흔들린다는 점이다. 주인공의 손끝에서 흩어지는 ‘종이’는 더 이상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 계약서의 냉정한 문구, 해고 통지서의 무정한 통보, 이력서에 새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