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의 멋이 아니라, 인물이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에 집중했다.” 영화 '휴민트'의 액션을 설계한 이원행 무술감독이 작품 속 리얼 액션의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맡은 ‘휴민트’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목적을 품은 인물들이 충돌하는 첩보 액션물이다. 감정의 교차를 전면에 내세운 서사 위에 밀도 높은 액션을 얹으며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관객수 160만 명을 돌파, 200만 고지를 향해 순항 중이다.
이원행 감독은 류승완 감독과의 협업에 대해 “액션을 장르적 볼거리로 소비하기보다 이야기와 감정의 흐름 안에서 기능하는 요소로 본다”고 운을 뗐다. 그는 “현장에서 장면의 정서와 긴장감, 리듬을 중심으로 가이드를 주시면 그 기준에 맞춰 설계와 조율을 반복한다. 리얼리티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 일관됐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휴민트’의 액션은 과장 대신 설득력, 화려함 대신 체감되는 긴장감을 택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점을 둔 가치는 ‘현실적인 긴장감’이다. 이 감독은 “총기, 격투, 추격 등 다양한 액션이 등장하지만 무엇보다 상황의 설득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과장된 스타일보다 인물이 실제로 부딪히고 소모되는 생생한 감각을 살리고자 했다”며 “체력의 고갈, 호흡의 흔들림,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까지 남겨 완벽한 동작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가깝게 접근했다”고 밝혔다. 공격 일변도가 아닌 방어와 돌파, 버티는 동작을 강조해 절박함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CG를 최소화한 실사 베이스 촬영도 긴장도를 끌어올린 요인이다. 그는 “근접 액션 장면에서 타이밍과 거리, 카메라 동선이 정밀하게 맞물려야 했다. 절제된 움직임에서 오히려 더 큰 긴장감이 발생한다”며 “작은 디테일 하나가 완성도를 좌우한다는 점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실제 충돌 타이밍과 배우의 호흡을 살리기 위해 콘티와 프리비즈를 적극 활용, 현장 싱크를 세밀하게 맞췄다.
캐릭터별 액션 톤의 차별화도 눈에 띈다. 조 과장(조인성)은 효율적이고 절제된 동선으로, 박건(박정민)은 감정이 직접 투영되는 거친 리듬으로 설계됐다. 이 감독은 “어떤 동작을 보여주느냐보다 인물이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중요하게 봤다. 액션만으로도 캐릭터의 성격과 긴장감이 전달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조인성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신체 밸런스와 움직임의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다. 액션을 기술 수행이 아닌 감정 표현의 연장선으로 대하는 태도가 인상적”이라며 “끊임없는 고민과 소통이 장면의 설득력을 높였다”고 치켜세웠다.
그리고 박정민에 대해서는 넷플릭스 영화 ‘전, 란’ 이후 재회한 소회를 전하며 “이번 현장에서 액션 해석이 더욱 유연하고 정교해졌다. 전작이 정제된 검술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거칠고 현실적인 총기 및 수기 액션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서사의 맥락까지 고민하는 배우”라고 평했다.
해외 로케이션의 변수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가장 큰 변수는 기후보다 현지 스태프와의 소통”이라며 “국가마다 다른 안전 기준과 리허설 방식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설계 의도를 긴밀히 공유했다. 동작과 충돌 타이밍, 카메라 동선을 시각화해 싱크를 정교하게 맞췄다”고 회상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는 계단 액션을 꼽았다. “해외 로케이션의 첫 액션 촬영이었고, 박건의 분노와 임 대리(정유진)의 사투가 처절하게 대립하는 장면”이라며 “계단 사이로 몸을 던져 뛰어내리는 과감한 움직임에 공을 들였다. 감독도 이런 사실적 포인트를 중요하게 봤다”고 밝혔다. 오프닝 동남아 실내 시퀀스에서는 부서지기 쉬운 발사목 특수 가구를 세팅해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파괴력을 극대화했고, 대미를 장식하는 폐쇄 공항 장면은 실내의 압박감과 실외의 거리·속도·리듬을 대비시켜 공간의 특성을 액션에 녹였다.
특히 이원행 감독은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보면 공간의 차이와 타격감이 확연히 느껴질 것”이라며 관람을 당부했다. 멋을 덜어내고 생존의 감각을 입힌 ‘휴민트’의 액션은, 감정의 필연성 위에 세운 설계라는 점에서 또 한 번의 진화를 증명하고 있다.
사진 : 영화 '휴민트' 포스터 및 스틸컷 [NEW 제공]
뮤즈온에어 채유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