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가 화려한 아이콘의 수식어를 뒤로하고, 음악적 본질에 집중한 행보를 통해 아티스트로서의 현재를 다시금 증명했다. 지난 28일 오후 6시 공개된 ‘마음, 얼음처럼, 단단하게’는 작사가 박창학의 음악 인생 35주년을 기념하는 ‘Ode to Love Songs’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결과물로 이효리의 성숙한 음악적 해석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본 곡은 색소포니스트이자 작곡가 손성제가 2011년 발표한 원곡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곡이 지닌 특유의 서정적 정취를 계승하면서도 편곡 과정에서 감정을 과감히 절제하고 여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효리는 이러한 미니멀한 구성 안에서 담백하면서도 밀도 높은 보컬을 선보이며 곡의 중심을 견고하게 지탱한다. 감정을 과시적으로 드러내기보다 행간에 숨겨진 서늘한 울림을 포착해내는 그의 보이스는 곡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기제로 작용한다.
특히 이번 협업은 이효리의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통해 성사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는 곡의 선곡부터 해석의 방향성 설정까지 깊숙이 관여하며 아티스트로서의 주체성을 발휘했다. 오랜 시간 음악적 신뢰를 쌓아온 작사가 박창학과의 협업은 텍스트와 보이스 사이의 유기적인 결합을 이끌어냈으며, 이는 기획 중심의 프로젝트 음원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형식적인 결과물의 한계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이효리의 행보는 대중적 트렌드의 중심에서 벗어나 장르적 경계를 허무는 실존적 탐구로 이행 중이다. 이번 신곡 역시 가시적인 화려함 대신 내면의 감정적 밀도를 선택함으로써 톱스타라는 위계 뒤에 가려져 있던 ‘보컬리스트 이효리’의 진면목을 재확인시킨다. 이는 동시대 리스너들에게 그가 소비되는 방식이 이미지 중심에서 청각적 신뢰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박창학의 정제된 언어와 이효리의 깊이 있는 목소리가 조우한 ‘마음, 얼음처럼, 단단하게’는 감정의 시간을 관조하게 만드는 수작이다. 대중음악 시장의 속도전 속에서 차분히 여백을 채워 넣은 이번 곡은 이효리가 구축해 나가는 새로운 음악적 영토를 상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이효리와 박창학이 협업한 ‘마음, 얼음처럼, 단단하게’ 앨범커버 [팀 카베토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