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 국내 개봉한 영화 '시라트(Sirocco)'는 올해의 첫 '충격적 논쟁작'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극장가를 뒤흔들고 있다. 이 작품은 제78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과 사운드트랙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예술적 완성도를 입증했다. 이어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5개 부문 예비 후보, 제83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및 음악상 노미네이트, 제38회 유럽영화상 9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 평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광기(Variety)", "무시무시한(김혜리 영화평론가)", "타협 없는(Screen Rant)", "잊기 힘든(Cineuropa)"이라는 압도적인 평가는 이 영화가 선사하는 감각적 충격을 짐작게 한다.


지난 26일, 용산아이파크몰 CGV 열린 GV 현장은 이러한 열기를 증명하듯 관객들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대담자로 나선 원소윤 작가와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는 실종된 딸을 찾아 지뢰밭이라는 불확실성 속으로 뛰어든 인물의 여정을 통해 삶과 죽음의 본질을 깊이 있게 파고들었다.

먼저 이은선 저널리스트는 이 영화를 21세기 영화 언어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했다. 그녀는 서사의 힘이 강한 작품에 최고 영예를 안겼던 과거와 달리, '시라트'처럼 시공간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해체하고 재조립한 영화에 칸이 주목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이는 영화가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이 감각과 에너지의 체험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시각을 전했다.
종교학적 통찰을 더한 원소윤 작가는 영화의 도입부를 압도하는 레이브 파티와 거대한 스피커의 이미지를 통해 ‘방관하는 신’의 개념을 설명했다. 세계를 창조한 뒤 인간사에 개입하지 않는 ‘데우스 오티오수스(Deus Otiosus)’처럼, 영화 속 사막은 인물들의 운명에 대해 지독할 정도로 무심한 태도를 유지한다. 원 작가는 극 중 루이스가 소리를 듣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 장면을 언급하며, 가사나 멜로디조차 가늠할 수 없는 레이브 음악이야말로 감독이 설정한 신의 음성에 가장 가까운 형태였을 것이라는 흥미로운 해석을 덧붙였다.
두 대담자는 영화 속 비극이 다루어지는 방식에 대해서도 예리한 분석을 이어갔다. 원소윤 작가는 이 영화가 지닌 ‘지독한 농담’ 같은 구조에 주목했다.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낙관을 보여준 직후 기습적으로 죽음을 던지는 방식은 “신의 형벌인가 혹은 장난인가”라는 영화 속 질문과 궤를 같이하며 마치 헛웃음을 유발하는 펀치라인과 닮아있다는 것이다. 특히 바람이 모든 기록을 흔적도 없이 쓸어버리는 사막의 풍경은 서사가 쌓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기에, 우리가 익히 아는 비극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무상함을 선사한다는 점을 짚었다.
이은선 저널리스트는 관객이 느끼는 압도적인 무력감의 정체를 ‘강렬한 무심함’에서 찾고자 했다. 보통의 영화가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만든다면 '시라트'는 관객을 운명의 한가운데로 내동댕이치며 그 여정에 직접 동참하게 만든다. 그녀는 이 영화를 보는 경험이 지뢰밭이라는 불확실성 속에 던져진 채 실시간으로 죽음을 대면하는 공간적 체험으로 변모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대담의 깊이를 더한 원소윤 작가는 종교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인간의 실존과 고통을 탐구해온 필력 있는 문장가다. 저서 '꽤 낙천적인 아이'를 통해 비극의 본질을 꿰뚫는 건조한 유머를 선보여온 그녀는, 이번 '시라트' 비평에서도 지뢰를 피한 것이 실력이나 철저한 대비가 아닌 무작위성이 만들어낸 우연일 뿐이라는 서늘한 통찰을 전하며 전문가와 관객 모두의 공감을 자아냈다.
비극의 본질을 관통하는 통찰과 위트 있는 대화가 오간 이번 GV는 영화 '시라트'가 우리 삶과 죽음의 궤적을 재확인하게 만드는 거대한 질문지임을 증명해 보였다. 관객들은 충격이 가신 뒤에 찾아올 진실을 마주하며, 각자의 시라트를 건너기 위한 묵직한 고민을 품은 채 극장 문을 나섰다.
영상 : 용산아이파크몰 CGV 열린 영화 '시라트' GV [뮤즈온에어]
사진 : 영화 '시라트'GV 원소윤 작가,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뮤즈온에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