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UBS 아레나에서 열린 ‘2025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의 중심에는 K팝 아티스트 로제가 있었다. 블랙핑크의 메인보컬이자 솔로 아티스트로 도약한 로제는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곡 ‘아파트(APT.)’로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부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MTV VMA에서 K팝 가수가 본상 중 하나인 이 부문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K팝 아티스트들이 MTV VMA에서 수차례 수상의 영예를 안았지만, 대다수는 팬 투표 기반의 인기 부문이었다. 반면 ‘올해의 노래’는 미국 내 음악 전문가와 산업 관계자들의 평가가 반영되는 본상으로, 이 부문 수상은 K팝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주류 팝으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한 사례다.

수상 무대에 오른 로제는 “브루노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16살의 저 자신에게 이 상을 바치고 싶다”며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이어 “12년 전 K팝 연습생으로 첫발을 디딜 때 가졌던 두려움과 기대가 오늘로 보상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어로 “테디 오빠, 저 상 탔어요. 블랙핑크 멤버들, 늘 고맙고 사랑해요”라고 전하며 여전한 팀워크를 강조하기도 했다.

수상의 주인공이 된 곡 ‘아파트’는 로제의 첫 솔로 정규 앨범 타이틀곡으로, 한국의 술자리 게임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가사와 챈트 스타일의 중독적인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팝적 감각을 지닌 브루노 마스의 감성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전 세계적인 히트로 이어졌다. 발매 직후 빌보드 ‘핫100’ 3위, 영국 오피셜 차트 2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 반응을 이끌었고, 뮤직비디오는 현재 유튜브 조회수 20억 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전형적인 K팝 문법에서 벗어나 글로벌 트렌드를 흡수한 결과물”이라며 “‘아파트’는 듣는 이의 귀를 단숨에 사로잡는 훅과 감각적인 프로덕션이 돋보이는 ‘영리한 팝’”이라고 평했다. 김도헌 평론가 역시 “한국 문화의 위트와 팝 시장의 수요를 정교하게 엮어낸 기획력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이번 VMA에서 로제는 무려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이는 K팝 아티스트 개인으로서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 중 ‘올해의 비디오’ 부문은 K팝 가수 최초의 후보 지명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이정표가 됐다.

로제의 소속 그룹 블랙핑크는 ‘올해의 그룹’ 상을 수상하며 완전체 컴백 후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멤버 리사는 도자 캣, 레이와 협업한 곡으로 ‘베스트 K팝’ 부문을 수상해 3년 연속 트로피를 안았다.

한편, ‘아파트’는 현재 내년 그래미 어워즈 출품작으로도 등록된 상태다. 이미 미국 음악계 예측 매체인 '골드더비(GoldDerby)'는 해당 곡을 ‘올해의 노래’, ‘올해의 신인’, ‘올해의 레코드’ 등 주요 부문 후보 가능성이 있는 상위 10위권으로 꼽고 있다. K팝이 글로벌 팬덤을 넘어 산업적·문화적 영향력까지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로제의 이번 수상은 그 변곡점에 선 하나의 상징으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 : ‘2025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히트곡 ‘아파트’로 ‘올해의 노래’ 상을 받은 블랙핑크 로제 [AP연합/로이터], 로제의 '아파트(APT.)' [더블랙레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