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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4 (금)

디즈니 실사화의 진심, 영화<릴로 & 스티치> 디즈니가 전하는 새로운 ‘오하나’의 의미!

“당신의 오하나는 어디에 있나요?”
한줄 평 | 낯선 존재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가? 디즈니는 여전히 이 질문에 진심이다.

 

2002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릴로 & 스티치>는 전통적인 디즈니 공식을 벗어난, 작지만 진심 어린 이야기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릴로 & 스티치>에는 공주가 등장하지 않았고, 하와이라는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오하나(가족)’라는 주제를 중심에 둔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느껴졌던 인종적 다양성, 파편화된 가족 구성, 사회 부적응자들의 우정 등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그리고 23년이 흐른 지금, 디즈니는 이 작품을 다시 꺼내들어 실사화라는 방식으로 관객 앞에 내놓았다.

 

딘 플라이셔 캠프 감독이 연출하고, 마이아 케알로하(릴로), 시드니 엘리자베스 아구동(나니), 크리스 샌더스(스티치 목소리) 등이 출연한 이번 실사판 <릴로 & 스티치>는 원작에 대한 충실한 복원과 현대적인 감수성의 접점을 모색한다. 감독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정서를 가능한 한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특히 하와이 섬의 풍경을 포착한 카메라의 시선은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지역성의 아름다움을 잘 담아낸다. 실사화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인 스티치의 시각적 재현은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확보했다. 그 결과물은 때로는 감동적으로, 때로는 아쉬움 속에 머물며 ‘디즈니 실사화 전략’이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다시금 되묻게 만든다.

 


이번 실사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주연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연기다. '릴로' 역의 마이아 케알로하는 실제 하와이 출신 배우로, 캐릭터와의 문화적 일치감에서 오는 생생함이 돋보인다. 하와이의 태양 아래, 외톨이 소녀 릴로는 여전히 엉뚱하고 사랑스럽다. 그녀는 릴로라는 캐릭터의 내면을 섬세하게 캐치하며, 외톨이이자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의 복합적인 감정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언니 '나니' 역을 맡은 시드니 아구동 또한 부모를 잃고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청년 가장의 무게를 현실적으로 연기하며, 영화 전반의 감정적 무게 중심을 잘 잡아낸다. 특히 릴로와의 갈등 장면은 영화의 감정적 중심축 역할을 하며,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그리고 외계 생명체이자 실험체인 '스티치'는 이 영화에서 단지 귀엽고 괴상한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배제하고 두려워하는 ‘타자’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그는 여전히 엉뚱하고 감정적이며, 파괴적이고 통제되지 않는다. 원작의 '스티치' 목소리를 맡았던 크리스 샌더스가 이번에도 참여하면서, 이러한 스티치 특유의 말투와 유머 코드를 잘 살려냈다. 이러한 디즈니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다양성 캐스팅의 기조는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지며, 단순한 ‘정치적 올바름’을 넘어 문화적 정체성과 내러티브의 정합성을 고려한 선택으로 읽힌다. 디즈니 실사화의 한계로 지적되어 온 ‘형식적 다양성’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진일보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원작 애니메이션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외계 생명체 스티치가 하와이로 떨어지고, 외로운 소녀 릴로와 만나며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다. 그러나 실사화되면서 서사의 리듬과 감정선의 조율이 변화했다. 원작의 만화적 속도감이 실사에서는 다소 정적인 템포로 바뀌었고, 이는 특정 장면에서는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전달했다.


2002년 원작 애니메이션이 제시했던 ‘가족의 새로운 정의(Ohana means family)’는 당시에도 급진적인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이번에도 이 핵심 주제는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현대 사회의 가족 구조 변화를 더욱 명확히 반영하고 있다. 부모 없이 자매끼리 살아가는 릴로와 나니, 그리고 외계 생명체 스티치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 ‘비정형적 가족’은, 혈연을 넘는 공동체에 대한 사유를 촉발시킨다. 이러한 메시지는 2025년 현재, 사회적 관계가 점점 유동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디즈니는 이 영화를 통해 ‘가족은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기존 보수적 가정관에 균열을 내는 담론적 시도를 이어간다.


최근 디즈니의 실사화 프로젝트는 흥행과 평단 양측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아왔다. 원작의 감성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느냐는 늘 핵심 과제다. 그러나 <릴로 & 스티치> 실사판은 디즈니의 실사화 프로젝트가 단지 상업적 수익을 위한 리메이크에 머무르지 않고, 원작에 대한 존중과 시대적 감수성 사이의 균형을 시도했다. 게다가 콘텐츠의 사회적 감수성을 업데이트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하와이 원주민 문화에 대한 고려, 다양한 인종 캐스팅, 비핵가족 중심의 이야기 구성 등은 오늘날 콘텐츠 산업의 포용성과 책임감을 잘 반영한 부분이다. 물론 모든 부분이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던지는 정서적 진심과 메시지의 일관성은, 최근 비판을 받았던 디즈니 실사화 라인업 중에서도 비교적 설득력 있는 결과물이라 평가할 수 있다.

 

<릴로 & 스티치> 실사 영화는 지금 이 시대의 아이들과 가족, 그리고 낯선 존재들과의 공존에 대해 다시 묻고, 그 안에서 새로운 메시지를 찾아내고자 하는 작품이다. 스티치의 외계성은 곧 사회의 경계에 선 타자성을 의미하고, 릴로의 외로움은 공동체에서 소외된 이들의 감정을 대변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족의 의미와 타인에 대한 포용, 그리고 소외된 존재들의 연대를 이야기한다. 실사라는 제약 속에서도 여전히 울림을 가지는 이유는, 디즈니가 그 중심에 여전히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이 여전히 스티치의 눈동자에서 따뜻함과 위로를 발견할 수 있다면, 이 실사화는 충분히 성공했다고 평가된다.

 

2025년, 가족의 정의는 더 이상 혈연이나 전통적 형태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와 함께 살아가고 있나? 우리는 누군가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런 변화 속에서 영화 <릴로 & 스티치>는 조용히 대답을 들려준다. “오하나는, 누구도 버리지 않아.”

 

 

사진 : 영화 <릴로 & 스티치> 포스터 및 스틸샷[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