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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0 (수)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 (2025), 과거를 재현하는가, 재탄생하는가? 실사로 깨어난 드래곤의 전설!

한줄 평 ㅣ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 감정은 비행이 되고 서사는 다시 살아난다.

 

"기억은 마치 바람과 같아서, 우리는 그 방향을 볼 수는 없지만 그 흔들림을 느낄 수 있다."


2025년 여름, 애니메이션의 유산이 실사로 재탄생했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원작을 복원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관객의 마음속에 잠든 감정을 깨우고, 그것을 현실의 감각으로 번역해낸 섬세한 감정적 오마주다.

 

2010년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은 용과 소년의 교감을 통해 성장의 철학을 담아내며 시대를 초월한 명작이 되었다. 3부작으로 확장된 이야기는 히컵과 투슬리스를 상징적 아이콘으로 만들었지만, 실사화에 대한 우려는 분명했다. "기술적 완벽함이 정서적 결을 훼손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감독 딘 데블로이스는 "이번 작품은 확장이자 재창조" 라고 답한다. 

 

 

데블로이스는 원작의 뼈대를 유지하되, 감각의 질감에 집중했다. 바이킹 마을 경계에 선 히컵과 공포에서 이해로 변모하는 투슬리스의 관계는 실사 특유의 리얼리티로 더욱 풍부해졌다. 특히 두 주인공이 첫 교감을 나누는 장면은 압권이다. CG로 구현된 투슬리스의 눈빛과 히컵의 손길이 마주치는 순간, "공감은 문명의 가장 오래된 언어"(장 자크 루소)라는 말이 스크린에 새겨진다.

 

 

기술적 성취는 드래곤의 날갯짓, 비행 시의 시점 변화는 관객을 감정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베르그송의 통찰처럼 "기억은 물질이 아닌 시간의 무늬"라면, 이 영화는 과거의 정서를 현재의 감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또한 존 파월의 음악은 이를 극대화한다. 원작 테마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시간의 층위를 넘나들며,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감정의 리듬을 창출한다.

 

 

한편, 히컵 역의 메이슨 테임즈는 원작의 직설적 감정 대신 내적 갈등과 성찰을 드러낸다. 그의 조용하지만 깊은 연기는 실사 특유의 얼굴로 전달되는 감정의 복합성을 포착한다. 아스트리드 역의 니코 파커는 로맨틱한 보조자에서 전략적 리더로 재탄생했다. 이는 최근 실사화 트렌드인 젠더 재구성과 맞닿은 선택으로, 독립적 주체로서의 여성 캐릭터를 강조한다. 투슬리스의 눈빛은 대사 없이도 모든 것을 말한다. CG 기술의 정점이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교감을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된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드래곤 길들이기>(2025)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감정을 다시 체험하는 영화다. 원작 팬이라면 이미 아는 전개이지만 실사화는 그 감정을 피부로, 시선으로, 귀로 다시 느끼게 한다. 실사화의 진정한 가치는 여기에 있다. 과거의 영혼을 현재의 살결로 불러오는 것, 감정으로 재현을 정의하는 것. 히컵과 투슬리스의 여정은 여전히 타자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법을 묻는다. 그 질문은 시대를 초월한 채, 스크린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사진 :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2025)' 포스터 및 스틸컷[유니버설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