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침범'은 김여정 감독과 이정찬 감독의 공동 연출한 심리 스릴러로, 기존 스릴러와는 완전히 다른 파격적인 설정은 없지만 공포를 품고 있는 스릴러 시나리오의 두뇌 게임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편집 연출이 큰 장점으로 부각되는 영화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 하와이국제영화제, 피렌체 한국영화제, 홍해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2025년 제72회 시드니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해외 5개국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으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 관객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영화 ‘침범’은 기이한 행동을 보이는 딸 소현(기소유)으로 인해 일상이 붕괴되고 있는 엄마 영은(곽선영)과, 20년 뒤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과 해영(이설)이 얽히며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두 가지 주요 시간대를 설정하여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과거 1부는 모녀 간의 기이하고 복잡한 관계를 그리고, 20년 후 2부에서는 특수 청소업체에서 일하는 민과 신입 해영이 중심이 되어 미스터리와 스릴이 가미된 이야기를 전개한다.
곽선영, 기소유, 권유리, 이설 등 네 명의 주연 배우들은 각기 다른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을 사실감 있게 표현하며, 영화의 몰입감을 더욱 높였다. 특히 곽선영은 첫 영화 주연으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녀가 연기한 영은은 자식에 대한 사랑과 증오, 부모로서의 무력감과 희망을 절묘하게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감정적인 깊이를 전달한다. 기소유는 어린 나이에 불구하고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으로 성인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발산하며, 그 독특하고 기이한 행동을 통해 섬뜩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영은은 소현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의 반사회적 성향과 점차 드러나는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은 영은의 일상에 끊임없이 침범한다. 영은은 자신이 사랑하는 자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모성애의 감정과, 그로 인해 침범당하는 일상 속에서 갈등을 겪는다. 이 모성애는 결국 자기 자신을 희생하고, 자신의 일상과 정신을 침해하는 강박으로 변해간다. 그 결과, 그녀는 자녀의 사이코패스적 행동과 감정적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자신의 일상을 지키려는 발버둥을 친다. 영화는 모성애가 항상 보호적이고 순수한 감정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그 사랑이 자녀의 반사회적인 성격을 비호하며, 때로는 자기 파괴적인 포기로 변할 수 있음을 묘사한다.

권유리와 이설 역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권유리는 기억을 잃은 특수 청소업체 직원 민을 연기하며, 그 불안정한 심리 상태와 외적인 냉소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사랑을 갈구하는 인물들이 어떻게 일상 속에서 '침범'당하는지에 대해서도 성찰을 제공한다. 이설은 해영 역할을 맡아 사랑받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을 표현하며, 후반부에 그 폭발적인 광기를 완벽하게 선보인다. 해영은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고 점차 강박적으로 변해가는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드러내며, 타인의 일상을 침범한다. 이러한 해영의 심리적 변화를 통해 사회적 상처와 내면의 혼란을 여실히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는 이러한 강박적인 사랑이 개인의 자아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며,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과 그것이 어떻게 관계를 파괴하고, 심리적 경계를 무너뜨리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두 감독은 특히 공간과 색상, 조명의 세밀한 사용으로 심리적 상태를 표현하며 관객의 감정을 조율했다. 첫 번째 부분에서 물의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소현의 비정상적인 본성을 암시하는 수영장이라는 공간을 활용한 연출이 인상적이다. 소현의 기이한 행동을 수영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게 하여,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관객을 몰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물속에서 발이 닿지 않는 순간이나 구조의 손이 뻗어 나오는 장면 등은 예측할 수 없는 공포를 전달하며, 공간과 인물의 관계를 긴밀히 엮어내고 있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불의 이미지로 폭주하는 감정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시각적으로 압도적인 긴장감을 자아내기 위해, 공간을 좁게 설정하고 클로즈업을 자주 활용하여 주인공의 감정선과 내적 갈등을 극대화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좁고 제한적인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주인공의 고립된 상태를 강조하며, 그 공간에서의 인물들의 대치와 격투는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심리적 거리에서 오는 압박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준다.
영화 '침범'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탁월하게 묘사한 심리 파괴 스릴러 작품이다. 영화는 모성과 가족의 의미, 그리고 인간관계의 본질적인 불안과 인간의 본성을 곱씹게 하는 이야기와 주조연 가릴 것 없이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감독 김여정과 이정찬은 뛰어난 연출력으로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에 몰입하여 캐릭터의 내면을 완벽히 소화했다. 특히 영화는 스릴과 감정의 균형을 잘 맞추어, 관객들에게 단순한 공포 이상의 감정을 전달한다. 심리 스릴러부터 미스터리, 추리까지 복합적인 장르를 하나의 스토리에 녹여낸 영화 '침범'은 그 특유의 긴장감과 심리적 깊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것이다.
사진 : 영화 '침범' 포스터 및 스틸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