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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5 (월)

나홍진 ‘호프’, 국내 아쉬움 딛고 북미서 반전...첫 주 500만 달러

1560개 스크린서 주말 박스오피스 8위...현지 주요 매체도 연출력 호평

 

나홍진 감독의 신작 영화 ‘호프’가 국내 극장가에서의 평가를 넘어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개봉 첫 주에 약 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북미 박스오피스 톱10에 진입한 가운데 현지 주요 언론의 호평까지 이어지면서 글로벌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호프’는 북미 개봉 첫 주말인 11일부터 13일까지 1560개 스크린에서 331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는 전체 8위. 9일 개봉 이후 누적 수입은 501만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비영어권 아시아 실사영화가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규모 할리우드 작품들과 경쟁하는 북미 시장에서 한국어 영화가 1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확보한 데 이어 개봉 첫 주 톱10까지 기록하면서 작품 자체의 화제성과 나홍진 감독에 대한 현지 관심이 실제 관객 동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언론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뉴욕 타임스’는 나홍진 감독이 빠른 속도의 운전과 질주, 승마 장면 등을 "마치 발레처럼 우아하게"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액션의 물리적인 속도감뿐 아니라 이를 하나의 미학적인 장면으로 완성한 연출에 주목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역시 완급 조절과 반전, 액션을 통해 드러나는 나 감독의 연출력을 높이 평가했다. ‘더 데일리 비스트’는 작품의 상상력과 예술성,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주에 주목했고, ‘시카고 리더’ 역시 지속적인 움직임이 영화 전체의 에너지를 끌어올린다고 평했다.

 

작품을 둘러싼 현지 관심은 북미 프로모션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호프’의 제작진과 배우들은 지난 7일부터 뉴욕을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오스틴,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를 돌며 관객과 언론을 만났다. 뉴욕 스크리닝 레드카펫에는 현지 취재진과 관객들이 몰렸고, 나홍진 감독과 배우 조인성, 정호연 역시 현장의 관심에 응했다.

 

나홍진 감독은 이번 작품을 두고 "극장에서 제가 보고 싶어서 만든 영화"라며 관객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도록 장르를 변화시키고 코미디 요소를 더하는 등 편집과 디자인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장르적 성격을 한 가지 틀에 가두지 않으려 했던 연출 의도를 직접 밝힌 셈이다.

 

배우들의 소감에서도 나 감독에 대한 신뢰와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엿볼 수 있다. 조인성은 "나홍진 감독과의 작업을 너무나 원했기 때문에 하게 됐다"며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정호연 역시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많이 시도할 수 있었고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어서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밝혔다.

 

영화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된다. 평범해 보이던 마을에 비상이 걸리고, 이후 쉽게 믿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확장된다. 장르적 긴장감에 액션과 코미디를 결합해 기존 나홍진 감독의 작품들과는 다른 결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 15일 개봉했다.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오랜 기간 준비한 신작이자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이 주연으로 호흡을 맞춘 작품이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개봉 초반 관객을 끌어모았지만 이후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면서 여름 성수기 경쟁에서 다소 주춤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북미에서는 출발부터 다른 흐름을 만들어냈다. 1560개 스크린이라는 폭넓은 개봉 규모에 더해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8위라는 성적을 거두면서 작품을 둘러싼 관심이 수치로 확인됐다. 국내 시장에서의 흥행 성적만으로 작품의 성과를 판단하기보다 해외 관객과 평단의 반응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성이 커진 이유다.

 

앞서 한국영화는 ‘기생충’과 같은 작품을 통해 북미에서 장기간 입소문을 형성하며 상영 규모를 확대해 온 사례가 있다. ‘호프’ 역시 현재의 개봉 성적과 현지 반응을 발판으로 향후 상영 기간 동안 얼마나 관객층을 넓혀갈지가 관건이다.

 

국내에서 엇갈렸던 평가와 달리 북미에서 먼저 확인된 긍정적인 반응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다만 나홍진 감독 특유의 강한 장르성과 속도감 있는 연출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현지 관객에게도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첫 주 성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호프’의 북미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사진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