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부부로 만나 미묘한 감정의 균열을 그린다.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 영화 ‘가능한 사랑’이 1차 예고편을 공개하며 베일을 벗었다. 짧은 영상 안에 인물들의 지난 시간과 숨겨진 욕망, 관계의 온도 차가 압축적으로 담기면서 작품을 향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부부 미옥(전도연)과 호석(설경구),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그의 남편 상우(조인성)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서로 다른 환경과 가치관 속에서 살아온 네 사람이 한 공간에서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각자가 감춰왔던 감정과 욕망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는 설정이다.
공개된 예고편의 시작은 다소 낯설고 불안하다. 푸른 새벽빛이 내려앉은 숲길을 홀로 걷는 미옥의 모습이 등장하고, 그의 얼굴에는 쉽게 읽어내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다. 이어 “이상한 느낌이었어요. 내가 다른 사람이 된 거 같았어요”라는 미옥의 말이 흐르면서 현재의 상황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내면의 변화를 암시한다.
미옥과 호석의 관계 역시 전형적인 부부의 모습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차 안에서 호석이 “울고 싶으면 울어”라고 말하자 미옥은 결국 참아왔던 감정을 눈물로 쏟아낸다. 대사와 표정만으로 두 사람이 오랜 시간 함께 견뎌온 무게를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다. 두 사람에게는 노동자 총파업이라는 과거의 기억도 깊게 남아 있다.
다큐멘터리 촬영 과정에서 미옥은 카메라 앞에 앉아 “파업을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곁에서 묵묵히 그의 이야기를 듣는 호석의 모습은 부부가 공유해온 경험이 결코 가볍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예지는 호석에게 인터뷰를 제안하지만, 미옥은 그가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록하려는 사람과 기록되기를 꺼리는 사람 사이의 간극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조여정이 맡은 예지는 타인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그는 미옥과 호석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려 한다. 남편 상우에게 “나는 저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하는 거야. 난 다큐를 만드는 사람이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은 예지가 무심한 관조자의 위치에 머물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마음과 창작자로서의 욕망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깊은 여운과 파장을 예고한다.
반면 조인성이 연기하는 상우는 예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두 사람을 바라본다. 네 사람이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는 한때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이어지지만, 상우가 “너하고 저 사람들은 다르잖아”라고 말하면서 미묘한 균열이 생긴다. 짧은 한마디지만 네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사회적·정서적 거리와 서로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를 함축한다.
이후 예지의 제안으로 네 사람은 함께 여름휴가를 떠난다. 일상적인 촬영 공간을 벗어나 한곳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각자의 관계 역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삶을 마주하게 된 네 사람이 그동안 억눌러온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는 영화의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다.
‘가능한 사랑’은 배우들의 조합만으로도 상당한 기대를 모은다. 전도연과 설경구는 해고 노동자 부부로 현실의 무게를 견디는 인물들을 연기하고, 조여정과 조인성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로 이들과 다른 삶의 조건을 보여준다. 네 배우가 각자의 캐릭터를 통해 서로 다른 욕망의 형태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선택과 감정에 대한 질문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연출을 맡은 이창동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인간 내면에 자리한 욕망과 관계의 복잡성을 들여다본다. 특히 예고편에서는 인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기보다 표정과 침묵, 짧은 대사로 감정을 쌓아가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이 같은 접근은 이창동 감독 특유의 서사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작품을 향한 해외 영화계의 관심도 뜨겁다. ‘가능한 사랑’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와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을 비롯해 제64회 뉴욕영화제 메인 슬레이트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여기에 제74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자발테기-타바칼레라’, 제22회 취리히영화제 ‘갈라 프리미어’, 제45회 밴쿠버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까지 이름을 올리며 국제 영화제에서 연이어 소개된다.
특히 이창동 감독이 장편 신작을 선보이는 것은 8년 만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공개되는 신작이라는 점에 더해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라는 배우들의 만남이 더해지면서 국내외 영화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고편이 보여준 것은 네 사람이 마주하게 될 이야기의 서막일 뿐, 영화가 이들의 관계를 어떤 결말로 이끌어갈지 궁금증이 커진다.
한편, ‘가능한 사랑’은 오는 9월 23일 극장에서 먼저 관객을 만난다. 이후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네 사람이 한여름의 낯선 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감정의 실체가 스크린에서 어떤 울림을 만들어낼지 진한 여운을 예고한다.
사진 : 넷플릭스 ‘가능한 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