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미장센과 인물의 정서를 치밀하게 포착해 온 허진호 감독이 현대사의 결정적 장면을 렌즈에 담아 정통 미스터리 스릴러로 관객을 찾는다. '서울의 봄',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 등 선 굵은 시대를 다루며 흥행과 작품성을 증명해 온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을 맡은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국경일 행사장에서 벌어진 영부인 저격 사건이라는 실화적 배경 위에 과감한 서사적 추론을 더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던 경축식장에서 울려 퍼진 여섯 발의 총성에서 출발한다. 현장에서 즉시 체포된 범인과 수습된 네 발의 탄환 그리고 공식 기록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두 발의 총알은 수사 발표와 실제 정황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드러낸다. 사건이 서둘러 종결된 뒤, 발표된 결과와 현장의 실제 정황 사이에서 지워지지 않는 의문을 품은 인물들의 치밀한 추적이 시작된다.


극을 이끄는 인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권력의 외압과 맞서며 은폐된 진실의 궤적을 좇는다. 수사 현장의 최전선에 선 형사 철구(유해진)는 거대 권력이 조성한 위협과 위험 속에서도 집요하게 단서를 추적하며 절박한 고투를 이어간다. 사회부 부장 재환(박해일)은 냉철한 시선과 단단한 신념으로 사건의 이면을 뚫어보며 언론에 가해지는 통제에 맞서 중심을 잡는다. 그날의 혼돈을 현장에서 목격한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은 뜨거운 집념으로 현장의 정황을 주시하며 서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수사 과정에서 철구와 함께 남겨진 단서를 짚어가는 형사 현도(박지환), 언론인을 압박하며 첨예한 대립 각을 세우는 기관원(박훈), 편집국에서 재환, 영일과 뜻을 같이하며 시대의 외압 속에서도 진실을 기록하려는 기자 만섭(김대명)과 윤희(류혜영)의 집단적 연대가 더해져 극적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허진호 감독은 특유의 정교한 시선으로 1970년대라는 시대의 공기를 입체적으로 복원하는 동시에, 사건의 이면에 도사린 정체불명의 배후를 향해 서사의 고삐를 바짝 죄어죈다. 6발의 총성과 사라진 2발의 탄환이 가리키는 지점은 개인의 범행을 거쳐 국가적 기만과 통제의 역사적 맥락으로 확장되며 관객으로 하여금 정해진 역사적 판결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시선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든다.
이 작품이 지닌 서사적 중량감은 역사적 비극 너머 그날의 혼돈 한가운데 던져진 인물들의 절박한 균열과 질문을 관객의 시각으로 직접 끌어오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서사적 결을 다듬어 온 허진호 감독의 연출적 내공과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박지환, 박훈, 김대명, 류혜영 등 배우진의 치밀한 연기 호흡은 한 차원 높고 강렬한 스릴러를 완성한다.
모두가 알고 있다고 믿었지만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던 그날의 진실. 사라진 탄환을 둘러싼 추적극 영화 '암살자(들)'은 오는 2026년 추석 극장을 찾는 이들에게 오랫동안 맴돌 선명한 잔상을 남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및 스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