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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5 (월)

[현장GV] 영화 '군체', 진화하는 좀비인가, 다양성이 사라진 집단인가…

연상호 감독 "집단 동조의 위험성 다루고 싶었다"
김신록 배우와 장동선 박사가 파고든 군집 심리와 개별성의 위대함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인간 사회를 향한 심오한 질문으로 극장가를 사로잡은 연상호 감독의 신작 영화 '군체'가 흥행 기준점인 3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관객들과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지난 29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GV에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극 중 '최현역'을 맡아 압도적인 연기를 펼친 배우 김신록 그리고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가 진행자로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번 작품은 감염 재난이라는 외피를 탈피해 점차 진화하는 존재들과 그 앞에 마주 선 인간 본성을 깊이 있게 파고들며 관객들을 강력하게 몰입시켰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통해 인간 소외와 집단 광기를 꾸준히 탐구해 온 연상호 감독은 이번 신작을 통해 한층 정교해진 서사 구조와 시각적 미장센을 드러내며 오컬트와 SF적 상상력이 결합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재난 상황 속에서 발현되는 인간 군상의 이기심과 연대의 가능성을 동시에 저울질하는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은 스크린 전체를 압도하며 장르 영화를 탈피해 거대한 사회학적 보고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환경과 흥행 트렌드가 급격하게 바뀌어 부담이 컸다고 고백한 연 감독은 바로 다음 날이면 목표치인 300만 관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그 순간이 오면 마음이 편해져서 홍보를 그만두고 싶다는 유쾌한 농담으로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감독의 이러한 예측대로 '군체'는 이후 빠르게 관객을 끌어모으며 6월 1일 기준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돌파해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이러한 성과는 한국 영화계의 전반적인 침체기 속에서 이뤄낸 독보적인 결실로 장르물에 대한 대중적 신뢰를 증명하는 지표가 된다. 철저한 상업적 계산과 감독 특유의 작가주의적 고집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관객들에게 시각적 쾌감과 철학적 사유를 동시에 안긴 결과다. 한국형 재난 영화가 지녀야 할 미덕과 나아갈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한 복합적인 쾌거로 볼 수 있다.

 

 

당일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뒤풀이를 하던 중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극장으로 달려왔다는 배우 김신록 역시 무대와 카메라 연기의 매력적인 차이점을 설명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연극이 실시간 피드백 속에서 배우의 의지대로 극을 이끌어간다면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자 편집실에서 완성되는 영역이기에 현장에서는 연상호 감독의 '오케이' 사인을 이정표 삼아 연기에 임했다고 밝히며 감독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주었다.

 

특히 김신록은 연상호 감독의 명확한 연출 스타일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작업 경험이 풍부한 연 감독이 현장에서 배우가 해야 할 행동이나 미션 같은 핵심 요소를 정확하게 제시해 주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배우는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론적 측면에서 엄청난 자유도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배우와 연출자 간의 유기적인 호흡이 어떻게 스크린 위에서 생동감 있게 구현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치밀하게 계산된 동선 안에서 배우들이 내뿜는 날 것의 에너지는 영화에 생생한 현실감을 부여하며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된다.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명장면인 '현석이 현이를 업고 다니는 모습'을 좀비들이 그대로 모방하는 장면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갔다. 김신록은 이 장면을 두고 인간의 기준에서는 불편을 감수하는 사랑의 순간이지만 좀비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진화된 형태일 수 있어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성의 기준이 무엇인지 묻는 강렬한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연 감독은 와이어는 최소한의 안전용이었을 뿐 지창욱 배우가 실제로 지게에 묶고 생으로 업은 채 액션을 소화했다며 지창욱의 엄청난 하체 힘과 열정에 감사를 전했다.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배우들의 투혼은 기괴하면서도 숭고한 이미지를 탄생시켰으며 이는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시각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타인을 짊어지는 행위가 지닌 숭고함이 괴물들의 흉내를 통해 변질되는 순간 관객들은 인간과 괴물의 경계가 무너지는 듯한 실존적 공포를 마주하게 된다.

 

 

이날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영화 속 감염과 군집 심리를 둘러싼 뇌과학과 영화 연출의 흥미로운 철학적 논쟁이었다. 연상호 감독은 현대 사회가 교류의 속도가 너무 빨라진 탓에 개별성과 소수 의견을 내기 힘들어졌다고 짚으며 집단에서 소외되기 싫어 강제로 동조하고 마는 소통의 강제성과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군체라는 존재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가짜 뉴스와 알고리즘의 지배 속에서 주체성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날카롭게 꼬집은 셈이다. 동조 압력이 극대화된 사회에서 개인이 지닌 고유한 서사는 지워지고 오직 거대한 집단의 의지만이 남는 비극을 영화는 소름 끼치도록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반면, 장동선 박사는 과학적으로 진정한 집단 지성이 발휘되려면 다양성이 필수적인데 영화 속 군체는 다양성이 거세된 집단 부지성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인간은 완벽하게 소통할 수 없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오히려 소통을 끊임없이 갈구하고 외로움을 극복하려는 축복 같은 존재라고 덧붙였다. 단절과 오해 속에서도 연결을 시도하는 인간의 불완전성이야말로 기계적인 군집 상태보다 우월하다는 통찰이다. 과학적 시각에서 바라본 인간의 뇌와 심리 기제는 영화가 지닌 허구적 서사에 단단한 논리적 토대를 제공하며 텍스트의 깊이를 한층 더 풍성하게 확장시킨다.

 

김신록 또한 통제 불가능한 수많은 변인 속에서 오는 공황을 이기지 못해 인간이 쉽게 타협하게 되는 심리를 언급하며 우리가 이러한 집단 동조에 휩쓸리지 않고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다른 예술을 접하며 상상력을 자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획일화된 사회적 흐름에 저항하는 유일한 수단으로서 예술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발언이다. 사유의 게으름을 경계하고 낯선 시선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인간은 언제든 영화 속 군체와 같은 맹목적인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 다음은 영화 '군체'의 주요 플롯과 핵심 결말에 대한 직접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후반부에는 영화의 결정적인 결말을 두고 관객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반전 비하인드가 공개되며 객석이 들썩였다. 완전히 군체화된 현이가 왜 동생을 물지 않고 칼로 찔렀는가에 대해 김신록은 의식이 통합된 상태에서도 누나로서의 마음이나 몸의 기억이 변주되어 남아있기를 바랐다고 전했고 장동선 박사 역시 유전적으로 가까운 존재에게 느끼는 뇌의 본능적 반응일 수 있다는 해석을 보탰다. 인류학적 관점과 생물학적 기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입체적인 해석들은 작품이 지닌 다층적인 텍스트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하지만 연상호 감독이 밝힌 진짜 플롯은 더욱 서늘했다. 후반부의 좀비들은 집단 지성이 아니라 철저히 악인 서형철의 노예이자 수족이었다는 점이다. 인간의 혐오와 약점을 너무나 잘 아는 서형철이 최현석의 강력함을 무너뜨리기 위해 그의 유일한 약점인 현이의 몸을 빌려 현석을 파멸시킨 잔인한 복수극이었다는 반전 의도가 밝혀지자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시스템의 맹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악의 권력 구조를 상징하는 설정으로 파멸의 본질이 내부의 가장 소중한 관계성에서 비롯된다는 비극성을 극대화한다.

 

김신록은 두 남매가 서로 결핍이 있을 때 비로소 완전했으나 그 결핍이 군체로서 채워지는 순간 역설적으로 관계가 깨지고 말았다는 해석을 덧붙이며 알고리즘과 집단 동조의 시대에 인간 개별성의 위대함을 진중하게 질문하는 영화 '군체'의 깊이 있는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타자와의 온전한 결합이 오히려 개인의 파멸을 부르는 디스토피아적 결말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현재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군체'는 전국 극장에서 스크린을 통해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영상 : 영화 '군체' GV [뮤즈온에어] 

사진 : 영화 '군체' GV [뮤즈온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