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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08 (월)

30년 묻힌 진실 끝까지 파고들었다…‘허수아비’, 최고 시청률로 남긴 묵직한 울림

박해수·이희준 열연 빛난 ENA 화제작…억울한 누명과 끝나지 않은 비극 조명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가 마지막 순간까지 무게감 있는 질문을 남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오랜 시간 묻혀 있던 진실과 그로 인해 무너진 사람들의 삶을 집요하게 들여다본 '허수아비'는 종영 이후에도 깊은 여운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6일 방송된 ‘허수아비’ 최종회는 전국 8.1%, 수도권 8.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분당 최고 시청률은 전국 기준 9.3%까지 치솟았고, 2049 타깃 시청률 역시 상승세를 보이며 동시간대 전 채널 1위를 차지했다. 첫 방송 당시 2%대 시청률로 출발했던 작품이 입소문을 기반으로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허수아비’는 1986년부터 1991년 사이 국내를 충격에 빠뜨렸던 실제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기획된 작품이다. 사건 자체의 자극성보다 그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와 왜곡된 진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 고통에 초점을 맞추며 기존 범죄 스릴러와는 다른 결을 만들어냈다.

 

최종회에서는 강태주(박해수)가 30년 넘게 이어진 비극의 실체를 끝까지 추적하는 과정이 긴장감 있게 펼쳐졌다. 과거 수사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이 있었음을 인정한 그는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 오류를 스스로 시인하며 자신의 과오를 외면하지 않았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면 스스로의 상처와 실패마저 드러내는 강태주의 모습은 정의 구현 이상의 울림을 남겼다.

 

 

특히 재심 재판 과정은 극 후반부의 핵심 장면으로 꼽힌다. 장명도(전재홍), 도형구(김은우), 박대호(박원상) 등 당시 수사 관계자들이 강압 수사 의혹을 부인하는 가운데, 또 다른 피해자인 이성진(박상훈)이 증인으로 등장하며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는 강태주를 “자신을 풀어준 은인”이라고 표현하는 동시에 당시 담당 검사였던 차시영(이희준)이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안겼다.

 

이 과정에서 차영범(송건희)의 혼란 역시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평생 아버지처럼 믿고 따랐던 차시영의 민낯이 드러나자 그는 무너질 듯한 감정 변화를 드러냈고, 끝내 진실 앞에서 갈등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법정에서조차 거짓 증언을 선택한 차시영의 모습은 권력과 욕망이 얼마나 쉽게 인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마지막 반전은 연쇄살인범 이용우(정문성)의 증언이었다. 그는 재심 재판에 직접 출석해 7차 사건의 진범이 자신이라고 자백했고, 그동안 살인자로 낙인찍혀 살아온 임석만(전석찬)은 30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억울한 세월 끝에 누나 임지혜(심소영)와 눈물로 재회하는 장면은 작품 전체를 관통한 비극의 정서를 집약하며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을 택하지 않았다. 강태주는 “불행히도 아직 끝나지 않았어”라는 말로 씁쓸한 현실을 직시했다. 윤혜진(이아린)은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고, 공소시효 만료로 인해 핵심 가해자들 또한 법적 처벌을 피했기 때문이다. 작품은 정의 실현의 한계와 제도의 허점을 냉정하게 드러내며 현실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박준우 감독과 이지현 작가는 사건 해결 자체보다 사건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에 집중했다. 피해자 가족의 상처, 왜곡된 수사로 무너진 인생, 진실을 알고도 침묵했던 이들의 죄책감 등을 촘촘하게 쌓아 올리며 묵직한 드라마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특히 ‘모범택시’ 이후 다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장르적 긴장감과 사회적 메시지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배우들의 열연 역시 작품의 몰입도를 끌어올린 핵심 요소였다. 박해수는 무너질 듯 흔들리면서도 끝내 진실을 포기하지 않는 강태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지탱했다. 이희준은 냉철함과 위선을 오가는 차시영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곽선영은 인간적인 신념을 지닌 기자 서지원 역으로 극의 감정선을 안정감 있게 이끌었고, 정문성·송건희·서지혜 등도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힘을 보탰다.

 

한편, ‘허수아비’ 후속으로는 새 ENA 월화드라마 ‘닥터 섬보이’가 방송될 예정이다. 배우 이재욱, 신예은, 홍민기 등이 출연하는 휴먼 메디컬 로맨스 장르로 외딴섬을 배경으로 한 색다른 이야기를 예고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 : 드라마 '허수아비' [E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