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이름이 세계 영화인의 축제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진미송 감독이 단편 영화 ‘사일런트 보이시스(Silent Voices)’로 제79회 칸국제영화제 학생 경쟁 부문인 ‘라 시네프(La Cinef)’에서 2등상을 수상하며 차세대 한국 영화계를 이끌 유망주로 떠올랐다.
현지시간 21일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브뉴엘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진 감독의 이름이 호명되자 현장에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해 허가영 감독이 ‘첫 여름’으로 같은 부문 1등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도 한국 감독이 연이어 수상에 성공하면서 한국 영화의 저력이 다시 한번 국제 무대에서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일런트 보이시스’는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한국인 가족의 하루를 따라가는 17분 분량의 단편 영화다. 그러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침묵 속에서 하루를 견뎌내는 가족 구성원들의 복합적인 감정을 밀도 있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영화 속 아버지는 한국에 남겨둔 부모를 향한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고, 어머니는 접어야 했던 예술가의 꿈을 마음속 깊이 묻어둔 채 하루를 버틴다. 두 딸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불안과 성장통을 겪는다. 특히 평범한 일상 아래 감춰진 균열과 외로움을 과장 없이 포착한 연출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작품은 진 감독이 현재 재학 중인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영화과 대학원 졸업 작품으로 제작됐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한 그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 제작 과정을 이어왔으며 이번 수상을 통해 국제 영화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수상 직후 진 감독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 정말 놀랐다”며 “영화 속 진심을 알아봐 주신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함께 작업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가장 먼저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시상식이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건 소주 한잔”이라고 덧붙여 현장에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특히 이번 시상식에서는 한국계 프랑스 배우 박지민이 시상자로 나서 의미를 더했다. 박지민은 “‘사일런트 보이시스’는 단지 이민자의 어려움을 다룬 영화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타인’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개인적인 이야기가 결국 사회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섬세하게 담아냈다”고 극찬했다.
라 시네프는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의 중·단편 영화를 소개하는 칸국제영화제의 대표적인 신인 감독 발굴 부문이다. 올해는 전 세계 662개 영화학교에서 출품된 2700여 편 가운데 단 19편만 본선에 진출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영화계 안팎에서는 진미송 감독의 이번 수상을 두고 “한국 영화의 미래를 보여준 결과”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봉준호, 박찬욱 감독 이후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혀온 한국 영화가 이제는 젊은 창작자 세대까지 두터운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지난해 허가영 감독에 이어 올해 진미송 감독까지 여성 감독들이 연이어 국제 영화제에서 성과를 내면서, 한국 영화계 내 여성 창작자들의 활약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진 감독이 앞으로 어떤 첫 장편 영화로 세계 관객과 만나게 될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 진미송 감독 [뉴스1], 학생 경쟁 부문인 '라 시네프'에서 2등에 선정된 단편 영화 ‘사일런트 보이시스(Silent Voices)’ (맨 왼쪽 진미송 감독) [제79회 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