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의 새로운 역작 ‘호프’(HOPE)가 칸의 부름을 받으며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소식과 함께 공개된 첫 클립 영상은 1분 30초라는 짧은 시간만으로 전 세계 영화계의 시선을 완벽히 장악했다. 영상 속에는 나홍진 감독이 구축해온 고유의 음산한 미장센과 숨 막히는 긴장감이 밀도 있게 응축되어 영화 팬들의 기대를 증폭시킨다.
이번에 칸영화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된 영상은 작품이 지닌 생동감 넘치는 질감과 인물들의 입체적인 면모를 직접 투영한다는 점에서 남다른 가치를 지닌다. 영상은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현장에 도착하며 시작된다. 긴박한 표정의 성기(조인성)가 안내한 인적 드문 시골길에는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거대 사체가 방치되어 있고, 이를 마주한 범석의 목소리에는 형언하기 힘든 불안이 서려 있다.
특히 현장에 모인 청년들이 소지한 카빈총을 발견하고 날카롭게 추궁하는 장면은 미스터리를 초월하여 극 전체를 관통할 거대한 위기를 암시한다. 일상적인 대화의 이면에 스며든 불길한 기류는 화면을 지배하며 관객을 서서히 압도한다.
영화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호포항에 정체불명의 존재가 출현하며 벌어지는 소동을 다루지만, 일반적인 괴수물이나 재난 영화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인간 내면에 잠재된 근원적인 공포와 집단적 불신이 알 수 없는 재앙과 결합하여 우주적 규모의 비극으로 치닫는 서사를 지향한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 작품에 대해 “장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기존 영화들이 포착하지 못했던 역사의 이면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공개된 시놉시스에 따르면 무지에서 비롯된 사소한 균열이 인간 간의 갈등을 거쳐 불가항력적인 파멸로 번져가는 과정을 심도 있게 그려낼 것으로 보인다.
‘곡성’ 이후 10년 만에 귀환한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 ‘황해’를 통해 입증한 독보적인 연출력을 바탕으로 생애 첫 칸 경쟁 부문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16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웅장한 스케일을 예고하며 거장의 귀환을 알린다.
출연진의 면면 또한 화려하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을 필두로 테일러 러셀,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들이 가세해 글로벌 프로젝트의 위용을 갖췄다. 여기에 홍경표 촬영감독의 감각적인 영상미와 조던 필 감독의 협력자로 알려진 음악감독 마이클 에이블스의 선율이 더해져 시청각적 완성도를 극대화한다.
적막한 마을에 드리운 정체 모를 공포와 일상의 파편들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부조화는 관객을 끊임없는 의구심 속으로 몰아넣는다. 직접적인 묘사보다 분위기의 변주를 통해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감독 특유의 문법은 이번에도 치밀하게 작동한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호프’는 오는 17일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나홍진 감독과 주요 출연진은 레드카펫과 공식 회견을 통해 작품의 철학을 공유할 예정이며 국내 극장가에는 올여름 상륙하여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사진 : 영화 '호프' 첫 클립 영상 [칸영화제], 스페셜 캐스팅 포토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