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윤정이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에서 선보인 이른바 ‘초록불 대사’가 시청자들의 심리적 기저를 관통하며 깊은 잔상을 남기고 있다. 극 중 발화되는 언어들이 작품 내부의 서사를 지탱하는 장치를 초월하여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실존적인 위로를 전하는 매개체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모자무싸’는 타인과의 끝없는 비교를 통해 자아를 잠식당하는 인물이 내면의 균열을 직시하고 이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정밀하게 묘사한다. 고윤정은 영화사 최필름 소속 PD 변은아 역을 맡아 예리한 통찰력으로 ‘도끼’라는 별명을 얻었으면서도 정작 타인의 본질을 향해서는 온기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는 입체적인 인물을 구현했다.
변은아의 화법은 주인공 황동만(구교환)을 향한 연대를 넘어 안방극장 전반에 강력한 공감을 유발한다. 1화에서 주변의 냉대 속에 침묵을 강요받던 동만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조용히 있어”라고 던진 한마디는 그의 존재론적 가치를 긍정하는 결정적 발언이었다. 이는 인간이 지닌 고유한 증명 본능을 일깨우는 대목으로 회자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지는 3화에서 변은아의 언어는 더욱 선명한 생명력을 얻었다. 평소 인색한 비평으로 이름난 그가 동만의 시나리오를 두고 “감독님은 천 개의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사람 같다”고 언급한 장면은 ‘초록불 대사’의 정수로 일컬어진다. “시나리오의 주인공보다 감독님이 훨씬 멋지다”라는 진심 어린 긍정은 타인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지지하는 행위가 지닌 거대한 위력을 실감케 했다.
서사의 핵심 축으로 기능하는 이러한 인정의 언어는 4화에서 더욱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진다. 공권력 앞에서도 직업적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주저하는 동만을 대신해 “영화감독”, “담당 PD”라고 명시하는 장면은 사회적 편견에 갇혀 있던 인물에게 새로운 위상을 부여하는 상징적 구원의 순간을 그려냈다. 이는 존재의 당위성을 외부의 시선을 통해 확증 받는 경험을 시각화하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각인했다.
변은아의 발언권은 비단 타인을 향한 지지에만 머물지 않고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 기제로도 작동한다. 5화에서 상사 최동현(최원영)을 향해 “저는 얌전한 아이지만 만만하고 약한 애가 아니다”라고 일갈하는 장면은 조직 내부의 위계 속에서도 주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현대인의 심상을 대변하며 폭넓은 유대감을 형성했다.
최근 6화에 이르러 동만과 은아가 서로의 결핍을 포용하는 과정은 감정의 파고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두 인물이 공유하는 ‘모호함’의 정서와 내면에서 분출된 “도와줘”라는 외침은 그간 은아가 건네온 언사들이 파편화된 삶을 복구하는 실질적인 치유 과정이었음을 입증한다.
작품은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고 그 가치를 긍정하는 말 한마디가 삶을 견인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고윤정은 과잉된 표현 없이 캐릭터의 진정성을 담아내는 연기를 통해 이러한 메시지의 설득력을 확보했다. 회차를 거듭하며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생 작’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모자무싸’는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40분, 일요일 오후 10시 30분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의 고윤정 [스튜디오 피닉스·SLL·스튜디오 플로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