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이 3년 만에 음악으로 대중 앞에 선다. 7일 오후 6시 발매된 정규 11집 ‘또 다른 곳’은 그가 지난 2022년 ‘목소리와 기타’ 이후 오랜 시간 품어온 사유와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이다. 이번 앨범은 ‘지금 여기’의 삶을 노래하면서도 ‘또 다른 곳’을 향한 희망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이번 앨범은 루시드폴이 작사·작곡은 물론 편곡, 믹스, 바이닐 마스터링까지 직접 맡아 완성도를 극대화했다. 그의 특유의 투명한 음색과 섬세한 감정선은 여전하지만 그 안에는 세월이 더한 깊이와 성찰이 담겼다. 앨범은 총 9곡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곡은 서로 다른 정서와 장르를 품고 있다.
타이틀곡 ‘꽃이 된 사람’은 단순하고 담백한 구조의 사랑 노래다. 사랑의 시작과 끝, 그 본질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반복되는 구절 속에 녹아 있다. 루시드폴은 이 곡을 통해 “사랑은 결국 사라지지 않고 형태를 바꿔 남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 다른 곳’에는 루시드폴의 음악적 확장이 담긴 곡들이 다채롭게 배치됐다. 재즈와 핑거스타일 기타, 플라멩코 리듬이 어우러진 ‘피에타’는 디스토피아적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인간과 자연의 상처를 섬세하게 노래한다. 70년대 사이키델릭 포크의 정서를 담은 ‘마음’, 변칙 튜닝과 불규칙 박자가 긴장을 만들어내는 ‘늙은 올리브나무의 노래’는 불안과 회복이라는 시대적 감정을 포착한다.
카세트와 릴 테이프의 질감을 살린 ‘등대지기’는 루시드폴의 철학이 가장 선명히 드러나는 곡이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함께 버티자’는 메시지를 건네며 몽환적이면서도 따뜻한 사운드로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번 앨범에는 해외 뮤지션들도 대거 참여했다. 스페인의 기타리스트 파우 피게레스, 아르헨티나 재즈 트리오 아카 세카 트리오의 드러머 마리아노 ‘티키’ 칸테로, 브라질의 멀티 연주자 시쿠 베르나르지스, 스페인 출신 드러머 디닥 페르난데스가 힘을 더해 각 곡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들의 연주는 루시드폴의 내밀한 서정과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한층 확장시켰다.
2005년 발표된 대표곡 ‘물이 되는 꿈’을 포르투갈어 버전으로 재해석한 ‘Água’는 언어의 리듬이 주는 낯선 울림 속에서 원곡의 시적 감수성을 새롭게 피워낸다. 또한 아르헨티나 리듬이 살아 있는 ‘수선화’, 16년 만의 연작인 ‘레미제라블 Part 3’, 일본 시인 가네코 미스즈(金子みすず)의 시를 인용한 ‘춘분’ 등은 앨범의 정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마스터링에는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 브라이언 루시(Brian Lucey)가 참여했다. 그는 마이클 부블레, 리조, 영화 위대한 쇼맨 OST 등을 작업한 인물로, ‘또 다른 곳’의 따뜻하고 깊은 음향을 완성했다.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에 대해 “삶의 어둠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빛을 기록하고 싶었다”며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서로를 향해 내미는 손, 그 따뜻함이 곧 음악”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의 11집 발매를 기념하는 단독 공연 ‘2025 루시드폴 11집 발매 공연 – 또 다른 곳’은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 영산극장에서 열린다. 루시드폴은 이번 무대에서 신보 전곡을 라이브로 선보이며 관객들과 함께 음악으로 ‘또 다른 곳’을 향한 여정을 나눌 예정이다.
사진 : 안테나 제공
뮤즈온에어 채유진 기자 |
